[사설]잘못된 공공조형물, 세금 들여 도시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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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잘못된 공공조형물, 세금 들여 도시 망친다
  • 경상일보
  • 승인 2024.02.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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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에는 2023년 현재 332개의 공공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공공조형물은 상징탑, 기념비, 상징물, 조각 등 많은 예술품을 포함한다. 조형물들은 곳곳에 세워져 시민들의 감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고 나아가 관광객 유인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잘못 세워진 조형물이나 시민정서에 반하는 조형물은 두고두고 애물단지다. 오히려 도시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어떤 때는 심각한 안전 위협 요소로 등장하기도 한다. 특히 단체장들이 시민들의 세금을 들인 조형물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는 일은 전국적으로도 비일비재한 현상이다.

이번에 본보가 시작한 ‘돈먹는 하마 전락한 공공조형물’ 기획은 갈수록 많아지는 무분별한 공공조형물 건립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역사적인 배경이나 장소성, 예술성, 공공의 가치, 품격 등이 배제된 공공조형물은 ‘세금먹는 하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치 없는 공공조형물이 늘어나는 것은 지자체장의 과시욕, 다음 선거를 위한 포석 등으로밖에 해석할 도리가 없다.

지난해 간절곶에서는 3m 높이의 치술령 신모상이 철거됐다. 신모상의 복장이 조선시대 복장이라는 주장이 논란이 됐다. 또 박제상과 부인의 이야기는 치술령에 얽혀 있는 이야기인데 신모상이 난데없이 간절곶에 건립된 것도 문제가 됐다. 이처럼 장소성과 역사적인 배경이 결여된 동상이 여기저기 세워진 것은 전국적으로 한 두 군데가 아니다. 결국은 제작비와 철거비만 고스란히 세금으로 물게 됐다. 앞서 2022년에는 민주평통이 평화통일 염원 기념비로 10여년 전 논란이 일었던 남근석을 재활용했다 재철거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울산에서는 12개의 공공조형물이 철거됐다. 부실하거나 흉물스럽고, 안전상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국에서는 ‘세계 최대’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조형물 건립에 혈안이 돼 있다.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세계 최대’는 또 다른 ‘세계 최대’에게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

지난 2016년 울산시는 공공조형물이 하도 많이 세워지자 이를 억제하기 위해 ‘울산시 공공조형물 건립 및 관리조례’를 제정했다. 이에 따라 공공조형물을 설치할 경우에는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도시 이미지를 살리는 공공조형물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공공조형물을 세우는데 고민하지 않으면 조형물이 오히려 도시는 망치는 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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