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아차’하는 순간을 대비하는 게 안전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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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아차’하는 순간을 대비하는 게 안전시스템
  • 경상일보
  • 승인 2024.02.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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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생활 속에서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진 단어들이 있다. 듣기만 해도 직관적으로 어떤 뜻인지 알게 되는 단어들인데, 안전분야에서는 ‘아차사고’라는 말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용노동부 고시의 사업장 위험성 평가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사업장 내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위험, 유해 요인을 파악하고 그 감소대책을 수립하는 일련의 활동’을 위험성 평가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성 평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로 이러한 ‘아차’하는 사이에 큰 사고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확인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고는 ‘아차’하는 순간에 일어난다. 왜냐하면 사람은 항상 주의력을 가지고 행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3년 올해의 책에 선정된 영국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Johann Hari)의 <도둑맞은 집중력>에 따르면 직장인의 평균 집중시간이 단 3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미국의 10대는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심지어 인간이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평균 8초에 지나지 않아 ‘8초 인류’라고도 할 정도로 주의력 지속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3분, 65초, 8초…. 인간이 몇 초간 집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결국 인간에게 이 이상의 주의력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수면부족, 과로 등으로 인한 피로가 누적되면 어떨까. 폭염이나 스트레스 같은 외부적인 요인도 집중력을 떨어트린다. 2022년 상반기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 감독결과에 따르면 그해 예년보다 18일이나 빨리 찾아온 폭염 때문에 옥외 작업 시 근로자가 주의력을 잃어 넘어짐과 같은 전도사고 발생률이 증가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간적인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있는 것이 시스템이다. 주의력을 잠시 잃는 순간에도 위험해지지 않도록 안전고리를 걸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하고, 비계에 난간을 설치해 넘어져도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강화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책임은 사업주와 안전책임자에게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전국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러한 책임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까지 확대했다. 사실 그 전에 적용되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실질적 책임은 안전보건 책임자가 지고 있었는데 경영상 이익을 취득하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까지 책임을 확대한 것이다. 참고로 이번 확대 시행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필자는 그리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50인미만 사업장에서는 안전보건책임자와 사업주가 사실상 분리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을 경영효율성 즉 돈과의 상관관계로 파악한 것이다. 그래서 안전은 돈을 써 안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보고, 안전책임자라는 월급을 받는 종업원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영의 이익을 취득하는 사업자나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이다.

동서발전은 이러한 중대재해 처벌법의 취지를 적극 반영해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안전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어 앞에서 말한 ‘아차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 즉 사람이 항상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현재 동서발전은 신규 발전소 건설과 시설개선 등으로 총 12건의 건설공사를 진행 중으로 상주 협력사 14개사를 포함해 35개 협력사와 함께 일하고 있다. 건설현장 등지에서 일하는 이들의 위험도는 우리 직원들보다 현저히 높은 게 사실이다. 같이 일하는 협력사 직원들의 안전을 어떻게 하면 함께 높일 수 있느냐가 큰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동서발전은 지난 2022년부터 50인 미만 협력사 9곳에 안전보건관리자 인건비 약 3억1000만원을 지원했다. 작년부터는 협력사 12개사에 근로자재해보상 보험료 약 2400만원을 지원했고, 3개사에는 약 52억7000만원을 들여 산업안전보건관리비 및 안전관리비를 확대 지원하고 있다. 이들의 안전도 동서발전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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