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젖줄, 지방하천이 멍든다]무허가 시례공단에 인접, 관리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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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젖줄, 지방하천이 멍든다]무허가 시례공단에 인접, 관리 사각지대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4.02.23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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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북구 시례동 무허가 공장지대인 시례공단에서 시례천으로 흐르는 개울에 비닐, 페트병 등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시례천변에 버려진 폐연탄이 나뒹굴고(왼쪽 위)과 공단 인근의 콘크리트로 지어진 구거를 따라 여러개의 컨테이너 박스가 구거 위에 위태롭게 걸쳐져 있다. 김경우기자

동천(東川) 또는 동천강은 경주시 외동읍 활성리에서 발원해 경주시와 울산시 중·북구를 관류, 태화강으로 합류하는 중요 지방하천 중 하나다. 이 동천강으로 흘러드는 지류 중 하나인 시례천(詩禮川)은 북구 가대동에서 발원해 성안천과 합류, 중구 병영2동에서 동천강으로 합류한다.

특히 하천을 따라 시례공단이 위치하고 있는데, 수십년간 행정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아 비 오는 밤이면 오폐수가 유출되거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무법천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저녁 북구 시례동 671-24 일원. 비가 온 날임에도 불구하고 구거(하천보다 규모가 작은 4~5m 폭의 개울)에서 오일류의 기름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수심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물색 또한 탁했다.

20~21일 오전 같은 곳을 찾으니, 저녁과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구거를 따라 비닐, 페트병, 스티로폼, 장판 등 생활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가 무더기로 버려져 있다. 또 구거를 따라 드럼통과 합판, 소파, 화분 등 각종 산업 쓰레기가 빼곡하다.

물색 또한 우천으로 유량이 평소보다 풍부하지만, 청록색 빛과 황토 빛깔의 뿌연 색이 섞여 수심을 알 수 없다.

한편에는 슬레이트 지붕이 쌓여 있고, 1.5ℓ 페트병에 정체 모를 갈색 액체가 절반가량 차거나 비워진 채로 버려져 있다. 페트병을 열어보니 암모니아 냄새가 강하게 풍겨 소변으로 추정됐다.

특히 콘크리트로 지어진 구거를 따라 여러채의 컨테이너가 구거 위에 위태롭게 걸쳐져 있는 등 언제 구거가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녹슨 컨테이너 모서리를 따라 녹물이 그대로 구거 위로 떨어지며 시례천으로 흘러든다.

구거가 동천서로에 인접해 있지만, 아무런 여과나 정화 없이 곧바로 시례천을 거쳐 동천으로 유입된다.

결국 각종 오염물질을 생성·확산하는 오염원이 시례공단에 가려져 숨겨진 오염원으로 자리매김하는 등 관리 부재가 뚜렷하다.

오염수가 흘러드는 시례천 또한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천가를 따라 연탄재와 폐가구, 플라스틱 용기, 농사용 폐비닐 등 생활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들이 널부러져 있다.

한 주민은 “관리·감독하는 사람이 없어 누가 뭘 내다 버려도 모를 것”이라고 혀를 찼다.

북구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오염된 시례천의 수질을 개선하고자 시례공단에서 나오는 오·우수관을 모두 차집, 하천 내 설치된 오수관로를 통해 오·우수를 하수처리장으로 보내고 있다. 다만 분류식이 아닌 합류식이어서 비가 많이 오면 오·우수가 넘쳐, 시례천으로 유입된다.

구거 또한 동천서로 개설 시 산에서 내려오는 우수받이용 수로로 조성됐지만, 현재는 행정력이 미치지 못해 불법의 온상이 되고 있다. 또 지적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구거가 농수로인지, 하천인지, 구거인지 관할부서마다 다른 견해를 보이기도 한다.

시례공단은 1950년대 정부가 추진한 한센인 집단 이주 정책에 따라 조성된 성혜마을에서 시작됐다. 울산혁신도시 개발 전까지는 도심과 떨어진 외곽지역에 위치한 관계로 여러 문제가 노출되지 않았지만 주변 도시화, 혁신도시 개발 등과 맞물려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성혜마을 일대는 지난 1973년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개발행위 등이 불가능했는데도 행정은 별다른 제재를 하지 못했다.

행정대집행 등 행정력을 동원했다가 한센인들을 비롯한 주민들의 대규모 반대에 부딪혀 전국적 이슈가 되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소극적 행정 탓에 40여년이 지난 현재 노후화된 공장들은 건축물대장에도 존재하지 않고,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화재 등 사고에 노출되고 각종 오염원에 대한 실태조사 또한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이상범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일반 시민들이 오가지 않아 민원 또한 제기되지 않기에 행정기관도 신경을 쓰지 않는, 말 그대로 행정기관으로부터 버려진 곳”이라며 “일반적인 공단·마을이 아니기에 시민의식보다 행정기관의 관리·감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무처장은 “동천강과 같은 주요 하천만 관리한다고 수질이 개선되지 않는다. 소하천 또는 각종 지류의 숨겨진 오염원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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