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청년들을 위한 도시 울산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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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청년들을 위한 도시 울산을 만들자
  • 경상일보
  • 승인 2024.02.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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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

대학에서의 2월은 이별과 새로운 만남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4년간의 대학 생활을 마친 졸업생들을 아쉬움과 함께 떠나보내고 돌아서서 새롭게 만나게 될 신입생들을 기다리는 설렘이 혼재한다. 졸업을 앞두고 연구실을 방문하는 제자들과의 대화는 지난 4년 동안의 학업을 위한 노력과 수고를 칭찬하고, 새롭게 시작되는 사회생활의 성공을 기원하는 덕담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대화의 끝은 대부분 “어느 도시에서 취업할 생각이야?”라는 의무적인 물음과 “서울에서 취업하고 싶어요!”라는 당연한 대답으로 끝을 맺는다. 아쉬운 이별을 뒤로하고 연구실 문을 나서는 제자들의 뒷모습을 보면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러면 울산은 누가 지키나?’

울산을 위해 누군가는 남아야 하고 누군가는 남을 수 있게 해야만 한다는 의무감이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무게를 더하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도시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인구는 2020년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5200만명 정도의 대한민국 인구 중 약 900만명이 서울에 살고 있고 인천과 경기도를 포함한 이른바 수도권에는 약 2600만명 이상이 살고 있다. 즉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67%에 해당하는 3500만명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살고 있다. 이러한 수도권 집중도는 다른 선진국가에 비해 매우 높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 광역권에는 독일 전체 인구 중 약 7%가, 프랑스의 수도 파리 광역권에는 프랑스 인구의 약 15%가, 영국의 수도 런던 광역권에는 영국 인구의 약 21%가 밀집되어 있다. 서울은 세계적인 도시 런던에 비해서도 3배가 넘는 밀집도를 보여주고 있다.

2028년이면 우리나라 인구가 약 5190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감소는 상대적으로 비수도권 지역에서 더 많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수도권 집중도는 지금 보다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문제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 넘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수도권 인구집중의 가장 큰 원인은 당연히 교육과 일자리 때문이다.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 중에서 청년들의 비율이 약 9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제 비수도권 지역의 미래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다.

수많은 청년을 유입할 수 있는 울산의 미래는 무엇일까? 울산의 미래로 스웨덴의 조선산업 도시였던 말뫼가 거론될 때가 많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말뫼는 1970년 때까지 스웨덴의 조선산업 중심지였지만 조선산업의 쇠퇴로 1986년 조선소가 폐쇄되었다. 곧이어 들어선 사브-스카니아의 상용차 조립공장도 1990년 스웨덴 재정위기로 인해 문을 닫았다. 1995년 말뫼 시는 경제적으로 쇠퇴한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기업인, 노조, 대학교수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과거의 노동집약적 제조업이 아닌 IT, GAME, BIO와 같이 청년들이 선호하는 첨단 산업인력육성을 위한 대학을 설립하고 많은 관련 기업들을 유치했다. 또한 100%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친환경 도시 건설을 통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진취적이고 세련된 도시환경과 이미지를 구축했다. 말뫼의 성공에는 지리적 특성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말뫼는 이웃 국가인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과 바다를 가로지르는 12km 길이의 ‘외레순 대교’를 통해 직접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공간적 특성으로 인해 코펜하겐과 동일 생활권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는 역동적인 도시 이미지를 구축했다. 도시의 쇠퇴를 극복한 말뫼의 사례에서도 청년들을 위한 교육과 일자리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말뫼의 경우 기존의 조선산업이 완전히 소멸되고 길고 긴 경제적 침체와 사회적 갈등의 시간을 거친 후 새로운 성장이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도시든지 그 오랜 고난의 시간을 감내할 여건과 상황이 허락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정확하고 냉철하게 미래를 내다보고 현명하게 대처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의 울산은 기성세대가 청년 시절에 꿈꾸던 이상을 담고 있다. 그 세대와 지금 청년들 사이에는 쉽게 넘어서지 못할 만한 틈이 있다. 청년들은 직업의 개념, 노동의 가치, 일과 삶의 균형 등에서 기성세대와는 너무나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따라서, 울산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청년들의 관점에서 교육과 일자리, 정책과 행정, 환경과 삶의 방식 등을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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