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칼럼]영욕(榮辱)의 땅 그린벨트, 이젠 토지자원으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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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칼럼]영욕(榮辱)의 땅 그린벨트, 이젠 토지자원으로 거듭나야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4.03.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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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그린벨트는 1971년대 지정된 개발하면 안되는 땅이다. 그런데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그린벨트를 대폭 풀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울산에서 13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불합리하게 규정된 해제 기준을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울산 그린벨트를 과감히 풀 수 있게 하겠다고 울산 시민에게 약속드린 바가 있다”며 그린벨트 해제 의지를 거듭 역설했다.

지난 1971년부터 지정되기 시작한 그린벨트는 1977년 4월 여수권까지 총 8차례에 걸쳐 14개 도시권역에 설정됐다. 전국 지정 면적은 5397.1㎢로 우리나라 총 면적의 5.4%를 차지했다. 울산의 경우 최초 지정 면적은 1971년 지정된 서생고리지역(당시 부산권) 35.28㎢와 1973년에 지정된 울산시 외곽 283.6㎢ 등 총 318.88㎢였다. 당시 울산과 울주군은 같은 경남도 소속이었지만 별개의 행정구역이었다. 그런데 1995년 시·군이 통합되면서 울산 외곽에 위치해 있던 그린벨트가 울산 깊숙히 들어오게 됐다. 일반적으로 그린벨트는 도심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기 위해 외곽에 부채꼴로 설정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현재 울산의 경우는 도심(시청 중심)-그린벨트-외곽지역 등의 기형적인 모습을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그린벨트가 울산 속으로 들어오게 됨에 따라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울산의 제2도심인 언양권이 그린벨트 밖에 위치하게 됐고, 북구는 땅이 남북으로 두동강 나버렸다. 시내 도심은 좁은 공간 내에 팽창할 대로 팽창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보니 울산 전체의 도시기반시설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배치돼 시민들의 삶이 크게 불편해졌다. 50년 된 그린벨트가 이제는 다리를 옭아매는 족쇄가 된 것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든 반전은 있게 마련이다. 울산 속으로 깊이 들어온 그린벨트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 울산의 그린벨트를 공단 등으로 잘 개발할 수 있도록 반전의 기틀을 만들어줬다. 개발불가능한 환경평가 1·2등급지도 조건만 맞으면 해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울산의 경우 전체 행정구역의 25.4%에 해당하는 면적이 그린벨트이고, 그 중 개발이 불가능한 환경평가 1·2등급 비율은 무려 81.2%에 달한다. 만일 이번에 그린벨트가 대폭 해제될 경우 울산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석유화학단지내 기업체 등 모기업 바로 인근에 막대한 면적의 공장부지를 조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동안에도 정권에 따라 그린벨트 해제가 몇 번 있기는 했지만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울산은 그린벨트가 지정된 1970대만 해도 인구가 불과 16만명 남짓했다. 당시 울산은 도시가 이렇게 급팽창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다 울산은 1997년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광역시가 됐고, 2016에는 117만명까지 늘었다. 비록 불경기로 인구가 다소 줄었지만 이번 그린벨트 해제가 제대로만 추진된다면 울산은 그야말로 제2의 전성기를 다시 맞을 수 있다.

그린벨트는, 한쪽에서는 기를 쓰고 풀려고 하고 정부 관계 부처에서는 기를 쓰고 막으려 하는, 그야말로 물러날 수 없는 전선(戰線)이었다. 50여년간의 찬반 투쟁 끝에 그린벨트는 그나마 이렇게 남아있게 됐다. 그러나 그린벨트는 이제 투쟁의 전선이 아니라 소중한 토지자원으로 재평가 받아야 한다. 풀 것은 풀고, 남겨놓을 것은 남겨 놓는 혜안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행여 이번 그린벨트 해제가 개발 열풍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그린벨트내 지붕의 기왓장 몇 개 바꾸는 것까지 허가를 받아야 했던 당시를 회고해보면 지금의 그린벨트가 더욱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린벨트’(green belt)에서 green은 없어지고 무분별한 개발 belt만 남는 일은 더욱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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