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의대증원 반대는 명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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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의대증원 반대는 명분이 없다
  • 경상일보
  • 승인 2024.03.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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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의대정원의 증원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연일 톱뉴스는 2000명을 증원하겠다는 정부의 강경한 의지 표명과 이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관한 것이다. 급기야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대한의사협회 전·현직 간부 5명을 의료법위반, 업무방해교사·방조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형사고발을 했고,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일에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에 의협은 “정부의 자유와 인권탄압에 강력히 분노한다”고 비판하더니, 전국 의사 14만명에게 3일 여의도공원의 ‘전국의사총궐기대회’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면서 의협측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낭떠러지 앞에 서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고, 의사라는 직업은 다른 직업에 비해 충분히 많은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의대증원으로 의사들이 무슨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종 모임에서도 의대증원이 으레 화제가 되지만, 의사를 빼고는 증원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듣지 못했고, 신문지상에서도 의사 이외에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의견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도 의사단체는 필사적으로 반대를 하고 있고, 윤석열 정부가 지지율 상승을 위해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왜 전공의의 90% 이상이 사직할 정도로 의사들이 분노하고 있는지를 차분히 들어봐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의사들의 주장을 자세히 보아도, 주로 의료수가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그들은 필수의료의사와 지방의사가 부족한 것은 의사 전체의 숫자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필수의료의 경우 의료수가가 잘못되어서 생긴 일이고, 지방의사의 경우 국가가 지방의료에 투자를 많이 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현재 한국의 의료수가가 OECD 국가 평균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인데, 국민들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수가의 경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그런 상황에서 할 수 없이 의사들이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비급여 진료에 매달려 있다고 한다. 그리고 대형병원에서는 현재의 의료수가로는 양질의 전문의를 구할 수가 없다 보니까,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전공의를 진료에 투입해 전공의의 희생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 전공의의 90%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료현장을 떠나겠다고 하는 것도 그것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국민들의 의료보험료를 대폭 인상해서라도,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 지방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수입을 대폭 올려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고, 의사 숫자는 지금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수의료가 아닌 분야의 의사들을 필수의료나 지방의료 쪽으로 가도록 하기 위해 무한정 국민혈세를 퍼부을 수는 없다. 그리고 지금 정도의 수입으로라도 의사만 되면 좋겠다는 대기자가 무한정 기다리고 있는데, 의사 숫자는 그대로 두고 의료수가만 올려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도 없다.

알고 보면 오히려 정부가 의사증원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정책 패키지를 보면, 의사를 증원하는 것과 함께 필수의료의 의료수가를 올리고, 지역에 근무해 수입이 부족한 경우 부족분을 보충해 주는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집단행동에 나서는 의사들의 눈에는 그 정도의 보상책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지금 의사들은 진료거부까지 하고 거리에 나섰지만, 의사 편을 들 사람은 별로 없다. 그들은 의사의 실상을 몰라서 그렇다고 강변하지만, 지금도 너나 할 것이 공부 잘 하면 의사시키려 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모두 의사 실정을 몰라서 그런다고 할 수도 없다. 의대정원을 몇 십 년째 묻어두고 국민들을 의사부족에 시달리게 한 채, 의사들이 정부의 의사증원에 반대하기 위해 거리에 나서는 것은 명분이 없어도 너무 없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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