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대왕암공원을 시민과 세계인의 자연정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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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대왕암공원을 시민과 세계인의 자연정원으로
  • 경상일보
  • 승인 2024.03.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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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울산에 살면서 대왕암공원에 한 번 와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푸른 동해바다와 기암괴석, 울창한 해송과 철 따라 피는 온갖 꽃들이 대왕암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봄에는 수국, 여름에는 맥문동, 가을에는 꽃무릇, 초겨울에는 해국이 대왕암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해변에는 몽돌이 구르는 소리가 시원하면서도 경쾌하고 바다에 나가면 해녀들이 물질을 한다. 또한, 근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두 개의 등대가 있다. 하늘에서 봐도, 바다에서 봐도, 숲에서 봐도 멋진 풍경이다.

대왕암공원은 자연경관뿐 아니라, 역사와 전설이 깃든 곳이다. 신라시대 왕들의 휴양지였고 문무대왕비의 무덤이라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자연경관에 더해 역사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 달 밝은 밤에 역사와 전설을 떠올리며 걷는 대왕암공원 길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문화 예술적 감수성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명소 중의 명소다.

대왕암공원에서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소나무들이 멋진 바닷길을 돌아 동해바다를 보며 걷는, 슬도로 이어지는 길은 전국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 울산시민뿐 아니라 전국에서 연간 수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나도 지인들, 친척들이 방문하면 제일 먼저 대왕암공원으로 안내한다.

대왕암공원은 말 그대로 천혜의 자연경관이다. 그동안 울산시와 동구에서는 대왕암공원을 울산 관광 발전의 큰 자산으로 여기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도록 여러 가지 노력과 시도를 해 오고 있다. 대왕암공원을 자연경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더 시민 친화적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모두의 공통된 과제이자 관심사이다.

대왕암공원의 발전 방향, 개선방안을 이야기할 때 늘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대왕암공원 내에 있는 교육연수원이다. 이 연수원은 예전 방어진중학교가 있었던 곳이고, 이 공간을 학교 공간으로 내준 분이 바로 이종산 선생이다. 이 금싸라기 터에 있던 학교가 옮겨가고 얼마 전까지 연수원으로 사용되고 있다가, 지금은 폐쇄돼 있다. 지난해 동구청은 시청과 협의해서 이 연수원을 애초 교육시설로 기증한 이종산 선생님과 가족들의 뜻에 맞게 리모델링하고, 잔디 운동장과 주변 해송 숲을 활용한 자연생태 놀이터로 운영하려고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런데 안전진단 결과 건물이 너무 낡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좋은 전망과 경관을 가진 연수원 터를 이렇게 버려두는 것은 옳지 않다. 일단 이 낡은 연수원 건물을 헐어내고 자연경관과 환경을 최대한 살린 자연친화적 생태숲으로 다듬고, 여기에 아이들, 청소년,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자연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활용방안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되면 대왕암공원은 단지 사람들이 찾아와서 걷고, 보고 가는 공간을 넘어 질 높은 자연생태 체험이 이뤄지는 곳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이종산 선생님의 후손들은 이 교육연수원 부지가 선대의 유지대로 교육목적으로 사용되기를 간곡하게 바라고 있다. 교육연수원 자리에서 아이들, 청소년, 주민들이 참여하는 자연생태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면 사실상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처음 이 부지를 교육목적으로 기부한 이종산 선생님과 가족들의 뜻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울산시는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다. 태화강을 비롯한 울산의 자연환경이 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 국민들과 세계인들에게 울산이 단순히 공업도시가 아니라 자연친화적인 지속가능 도시로 인식될 것이다. 지금 동구는 울산시와 협의하며 관광지 지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하고 있다. 현재 슬도는 봄이면 유채꽃이 만발해 봄 정취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여기에 더해 사시사철 꽃이 피는 화초류 단지로 가꿔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시와 동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런 사업을 통해 연수원 부지를 비롯한 대왕암공원이 새롭게 단장되고, 대왕암공원에서 슬도로 이어지는 길 전체가 다양한 꽃과 식물로 뒤덮이는 멋진 곳으로 거듭나게 되면 국제정원박람회 유치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믿는다. 대왕암공원을 새롭게 다듬어 함께 걷고, 같이 뛰노는 모두의 자연정원, 세계인의 자연정원으로 만들자.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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