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한 커뮤니티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자신을 딩크족으로 소개한 40대 변호사는 아이가 없으니 양육 문제로 싸울 일이 없고 경제적 여유로 해외여행도 자주 간다고 한다. 손자를 원하는 부모님은 넉넉한 용돈으로 효도를 대신하고 양육비로 노후 준비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두 패로 갈라졌다. 부모 대 딩크족.
부모는 물질로 보상되지 않는 가치의 영역이고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자 그 역할이 아무리 고귀해도 타인에게 강요할 일은 아니라는 방어적 공격이 펼쳐진다. 부모이자 교육공무원으로 저출산이 걱정인 필자는 묘한 이입감으로 감정이 너울 친다. 그러다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인신공격과 억지 주장을 하는 댓글을 보며 배려와 공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필자는 부모가 된 덕분에 무한성장을 한 사람이다. 겸손과 기다림,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슬픔과 공감을 배웠고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용기도 배웠다. 하지만 나만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과 돈이 주는 풍요로움, 오직 나만 생각하고 결정하는 자유로움을 알지 못한다. 해보지 않았으니 알 수가 없다. 그러니 가보지 않은 길을 두고 네가 맞다 틀린다를 논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산다는 것은 나와 다른 가치관 앞에 본능적으로 올라오는 감정을 통제하며 주변인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의 연속이다. 그저 그 감정을 좀 더 세련되게 표현하는 이와 오로지 자신만을 내세우는 이의 차이만 존재할 뿐 우리는 늘 ‘갈등’이라는 명제를 품고 살아간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중요한 다름에 대한 인정과 수용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그러니 사회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가 된 학교폭력도 자신만 옳다고 생각하는 이기심에 그 원인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감정만을 인정받기 위해 타인을 무시하고 무력으로 제압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한 조각 결과물인 것이다. 혹시 봄날 피어나는 꽃송이들을 관찰해 본적이 있는가. 어떤 꽃도 동시에 피고 지는 법은 없다. 한 그루의 벚꽃 나무에서도 꽃송이마다 개화가 다르고, 서정적으로 피어나는 분홍빛 진달래도 나무마다 피고 지는 시기가 다르다. 수동적 환경에 놓인 꽃 한 송이가 이러한데 주체적 생각과 자유의지로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차별성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다른 씨앗을 품고 태어났다. 그러니 빨간색, 노란색 꽃을 피우고 고구마와 감자처럼 비슷한 듯 전혀 다른 존재로 그 가치 있음을 표현하며 살아간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도 동일한 것은 없다. 무조건 내가 맞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좀 더 너그러워지고 결국 내가 행복할 수 있다. 만약 세상이 한가지 기준으로만 살아가면 어떻게 될까. 세상에 다양성이 없다면 분명 창의성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그럼 현재 우리가 누리는 수많은 발명품과 풍요로움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다양성은 세상을 조화롭게 이끌어가기 위해 놀랍도록 잘 설계된 신의 영역이다. 과거에는 형제도 많고 경제력도 열악하여 사회 어디에서도 나만 생각하는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늘 ‘나’보다 ‘우리’가 기본 전제였다. 그러나 0.6명의 출산율로 떨어진 현재 우리 아이들은 ‘나’만 생각하면 된다. 내 장난감, 내 휴대전화 등 나만을 위한 수많은 물건이 존재하고 대부분 행동은 제약받지 않는다. 이런 환경은 타인에 대한 공감을 약화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가 더욱 갈등의 논쟁이 심해지는 원인이 아닐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인정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 배움으로 나만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성숙을 길러야 한다.
마침 2024년 울산시교육청의 추진 정책이 그 희망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함께 성장하는 평화롭고 따듯한 학교!’ 서로를 인정하는 교육의 한 걸음이다. 수많은 날실과 씨실이 겹쳐 한 장의 직물이 되듯 너와 나라는 다양한 노력이 모여 우리는 반드시 그런 시간을 만날 것이다. “그렇구나~ 네가 맞아. 완전히 인정해!”
최영희 울산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초등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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