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석유화학의 위기…사업구조 전환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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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울산 석유화학의 위기…사업구조 전환 서둘러야
  • 경상일보
  • 승인 2024.05.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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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 울산의 주력산업인 석유화학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 화학 기업의 신·증설에 따른 중국 자급률 상승 및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인해 지역 석유화학업계의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석유화학은 자동차와 함께 울산 산업을 이끄는 주력산업으로, 위기 국면이 길어지면 울산경제가 또 한차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울산 조선업이 10년 장기 불황의 터널을 뚫고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나는 국면의 끝자락에서 석유화학이 위기의 바통을 이어받는 듯한 모양새가 됐다. 정부와 울산시, 석유화학업계가 머리를 맞대 위기 극복 방안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11월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조성 공사(공사비 1조8000억원)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업황 부진·투자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사업계획을 재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최초로 폐비닐과 폐페트병, 폐섬유 등을 플라스틱 소재로 재탄생하는 ‘도시 유전’ 가동도 미뤄지게 됐다.

울산 석유화학업계는 업황 악화가 깊어지자,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500여명의 울산공장 인력 가운데 일부를 계열사로 재배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의 PET 생산라인 가동률은 지난 2022년 말 94%에서 최근에는 59%까지 뚝 떨어졌다. 금호석유화학은 10년 이상 근무자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 중이다.

울산 석유화학업계는 최대 수출 텃밭인 대 중국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지난 2011년 76억달러와 55억달러 규모에 달하던 대중국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 수출액은 지난해 각각 28억달러와 7억달러로 격감했다. 하지만 단기적인 위기 돌파 방안이 녹록지 않다. 위기의 진앙이 조선업과 같이 중국발이고, 원인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업황 악화에 있기 때문이다.

울산은 조선업 위기로 지난 10년간 장기 불황을 겪은 바 있다. 한때 현대중공업 조선소 도크 가동이 멈추자 스웨덴 ‘말뫼의 눈물’이 ‘울산의 눈물’이 됐다며 세계적인 조소 거리가 되기도 했다. 울산 석유화학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 제조업의 위기다. 업계의 생산성 향상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함께 위기극복의 DNA를 일깨워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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