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多事多感(16)]‘나영수’의 ‘울산의 노래’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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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多事多感(16)]‘나영수’의 ‘울산의 노래’는 계속돼야 한다
  • 경상일보
  • 승인 2024.05.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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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일근 경남대 석좌교수 UMFF 집행위원

울산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를 지냈던 ‘한국 합창의 대부’ 나영수(1938~2024) 선생이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일을 뒤늦게, 우연히 알게 됐다. 더러 안부가 궁금했지만 건강하셨기에 잘 계실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알게 돼 많이 안타까웠다. 이런 작별이 있을 수 있나 싶어, 뜻밖의 소식에 안타까워 가슴만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 TV에서 선생의 아들인 나승렬 사진가의 스페인 여행 방송을 보다가 선생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것도 선생과 깊은 인연이 있었기에 그렇게라도 나에게 선생의 부음이 나에게 전해졌다고 생각했다. 늦었지만, 예를 갖춰 삼가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나영수 선생은 2000년 2월 울산시립합창단 제4대 상임지휘자로 위촉돼 울산과 인연을 맺었다. 그때 나는 1999년에 시작한 ‘울산사랑시(詩)노래회 푸른고래’ 대표로 지역 시인들의 시로 울산의 노래를 만들어 보급하던 새로운 문화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서울의 ‘나팔꽃’ 광주의 ‘달팽이’와 함께 시작된 새로운 전국적인 시노래 운동이었다.

그런 관계로 부임한 선생과 첫인사를 나누었다. 선생의 첫인상은 무대 위에서처럼 날렵한 몸매를 가진 신사였다. 그때 선생은 이미 한국 합창의 거목이었고,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도시 트렌드가 필요한 울산으로는 행운이었다. 선생은 지역의 젊은 시인이 노래 운동을 펼치는 것이 신기했나 보았다. 내가 하는 노래 운동에 관심을 보였고 당시 푸른고래가 만든 시노래를 합창곡으로 편곡해 울산시립합창단의 인기 레퍼토리로 만드셨다.

그 당시 공업화에만 주력해온 울산은 정주의식이 다소 떨어지는 도시였다. 공해 도시의 오명으로 울산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 많은 것으로 자주 조사됐다. 나는 노래로 울산 사랑을 실천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노래의 힘이 그걸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선생은 그런 내 지향에 새로운 방향성을 한두 가지 더 제시했다. 시립합창단을 통한 노래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노래를 전국적으로 확산한다는 것이었다.

선생이 자주 말씀하신 합창에 대한 장점으로, 합창으로 만든 노래가 오래 남아 불린다고 했다. 그 예로 가수 황금심-울산가수 고복수 부인-이 1943년에 발표한 신민요 ‘울산 아가씨’가 지금껏 전해지는 것도 합창곡으로 만들어져 불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으로 간 작곡가 이면상이 만든 이 신민요도 합창곡으로 남지 않았다면 단명했을 것이라고 했다. 유행가는 말 그대로 유행하다가 소멸하지만, 그런 노래의 생명을 합창으로 연장한다는 말씀이셨다.

그러나 선생의 그런 뜻이 처음엔 자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 우리 단체가 당시 문예진흥원의 문예진흥기금을 받은 것이 있어 내드리고 시립합창단과 푸른고래의 콜라보가 진행됐다. 선생은 우선 우리가 만든 노래를 합창곡으로 편곡하고 합창단이 부르게 했다.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가졌던 첫 공연의 감동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선생의 지휘에 따라 울산의 노래가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 울산에 울려 퍼졌다. 그 노래들은 당시 선생이 지휘했던 솔리스트앙상블 등을 통해 공연돼 전국적인 인기를 누렸다.

선생은 그 이후 시민들의 일상에 친근한 울산의 노래를 정기적으로 만들어 연주회를 가졌다. 그때쯤 울산시의 정책도 환경적인 문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정식 조사는 없었지만 그런 영향 등으로 울산 시민들의 정주의식은 제법 높아졌다고 나는 믿는다. 시립합창단 지휘자의 지휘봉이 합창단만 지휘하지 않고 울산 시민들의 마음까지 움직였다는 말이다. 그래서 시민들이 합창단에 대해 많은 성원을 보냈다. 또한 지금까지도 선생에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나영수 상임지휘자는 ‘울산의 노래’를 만들고 보급해 울산을 지금의 친생태적인 도시로 변모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그 작업이 시립합창단에 의해 계속되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나, 선생의 그 열정과 업적은 이어져야 한다. 울산의 노래는 계속 불려야 한다. 노래는 불려야만 생명을 가지는 것이다. 울산 사랑이 그런 일이다. 다시 한번 선생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명복을 빈다.

정일근 경남대 석좌교수 UMFF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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