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은 우리나라 대표적 산업도시로, 문화도시라는 명칭은 여전히 낯설다. 그러나 2022년 12월에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법정문화도시에 지정되며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얻을 만큼 문화예술 관련 인프라가 크게 부족했으나 광역시 승격 이후 괄목할만하게 개선됐다. 하지만 문화도시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갈길이 먼 것 또한 사실이다. 본보는 문화도시 울산을 이끄는 첨병과도 같은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을 찾아 문화도시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등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리즈를 새롭게 연재한다.
◇현충탑 ‘청동군상’ 가장 기억 남는 작품 꼽아
지난 10일 울산 중구 서동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만난 이희석(60) 울산예술인총연합회 회장은 지난달 시작한 새로운 조각작품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동그란 행복’이라고 명명된 이 작품은 높이가 2m50㎝에 이르는 곰 모양의 조각으로 통스티로폼을 곰 형태로 깎은 뒤 현재 석고로 코팅을 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 작품은 남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상가 앞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 회장은 “현재 50% 가량 됐고, 석고 코팅이 완료되면 스테인레스 스틸을 부분 부분 붙이는 작업을 하게 된다. 그때부터는 공장에 보내서 작업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 외에도 작업실 내부 곳곳에 이 회장의 작품들이 빼곡히 있었고, 외부에는 화강석으로 만든 무게가 2.5t에 이르는 작품도 눈에 띄었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 작업한 자신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2003년에 울산대공원 내 설치된 현충탑 ‘청동군상’을 꼽았다.
이 회장은 “15년간 운영한 학원을 폐원하고, 1년간 작품 제작에 몰두해 현충탑 청동군상을 설치했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전업 조각가로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 있는 소중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선친은 6·25전쟁 참전용사로 휴전 직전 마지막 전투에 참전해 큰 부상을 입었고, 상이군인으로 제대한 국가유공자다.
이 회장은 이외에도 2004년 울산경찰청 신청사 독수리 조형물과 울산교육청 신청사 조형물 등 지금까지 50여개의 작품을 만들어 기관·아파트 등에 설치했다.
◇울산예술인회관 건립 팔걷어…구·군지부 설립도
이 회장은 울산예총 회장을 3번째 역임중이다. 16대와 19대에 이어 지난해 3월 20대 회장에 취임해 울산예총을 이끌고 있다. 울산예총에는 문인협회(300명), 미술협회(700여명), 사진작가협회(300여명), 연예예술인협회(250여명), 음악협회(220여명), 국악협회(120여명), 무용협회(100여명), 연극협회(130여명), 건축가회(110여명), 영화인협회(130여명) 등 산하 10개 단체에 총 236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돼있다.
이 회장은 20대 회장 취임 이후 공약으로 내건 지역 예술인들의 숙원인 울산예술인회관 건립과 구·군 지부 설립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가뜩이나 울산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열악한 상황에서 울산에서의 예술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많아 타 지역으로 가면 돌아오지 않는다”며 “각 협회에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청소년들이 울산에서 예술가의 꿈을 꿀 수 있도록 울산예술인회관 건립을 통한 지역 예술인들의 입지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울산예술인들은 열악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작품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울산의 자산, 울산의 예술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한 뒤 “예술인들의 일자리를 늘리고 작품활동을 편히 할 수 있도록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장은 울산고와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서울조각회 출품을 시작으로 한중 미술교류전, 울산아트페어 개인전 등 30회 이상의 그룹전에 참여하고 개인전을 열었다. 울산시 예술인 공로상 수상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예술문화공로 표창 등을 수상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