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오후 3시께 남구 신정시장 앞 버스정류장. 내부는 밀폐돼 있지 않고, 가로수가 만들어 낸 그늘이 없어 직사광선에 노출되어 있다. 송풍기와 선풍기가 가동되고 있지만, 7명의 승객은 버스정류장 내부가 아닌 버스정류장과 건물이 만들어낸 그늘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 뒤 한 승객이 송풍기를 가동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들어갔지만, 기대했던 시원함이 아닌 뜨거움이 느껴지는 탓에 다른 사람들처럼 그늘로 피신했다. 정류장을 둘러싼 유리와 철제 뼈대는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웠다.
박모(72·중구)씨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는 날씨인데, 정류장에 설치된 에어컨(송풍기)조차 뜨거운 바람이 나온다”며 “그늘이 없다 보니 햇빛을 차단하지 못해 정류장 내부가 더 더운 것 같다. 처음 지을 때부터 이런 부분들을 고려했어야 하는데, 지금은 돈 낭비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시 등에 따르면 울산 내 버스 정류장은 표지판 하나만 설치한 곳을 포함해 3500여 개다. 이 중 스마트 승강장으로 분류되는 정류장은 34개이며, 현재 5개가량이 추가 조성 중이다.
스마트 승강장은 주민 편의시설로 분류되는데, 설치 규격에 대한 규정만 존재한다. 제작 재료에 대한 규정이나 법적 근거는 없어 조달청에 등록된 제품만을 구매해 설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승강장 뼈대가 대부분 철골로 이뤄져 폭염에 취약한 구조다.
실제로 신정시장 앞 버스정류장 이용객들은 남구청과 시청으로 다수의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스마트 승강장이 예산 낭비 사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승강장 지붕에 단열재를 사용하거나 정류장 유리에 필름지를 부착하는 등 이상 기후에 대한 대비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울산시 관계자는 “스마트 승강장을 비롯한 버스정류장에 대한 다수의 민원이 접수됐고, 대책을 검토 중이다”며 “차후 조성되는 스마트 승강장들은 해당 사안들을 고려해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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