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나 건물 등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언제 어디든 달려와주는 소방관들이 있다. 이런 소방 영웅들은 기업체에도 존재한다. 위험물을 취급하거나 생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2차 피해나 경제적 손실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각 기업체들은 자체 소방대를 운영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조선소인 HD현대중공업 역시 안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선우(48) 기원은 HD현대중공업 안전보건지원부에 근무하면서 사내 각종 재난의 최전선에서 이와 맞서고 있다. 본보는 김선우 기원을 만나 기업의 소방 안전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김 기원은 지난 2002년 HD현대중공업에 입사해 23년 째 회사 전역의 소방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소방안전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다. 2014년에는 소방안전관리 법정 선임자라는 중책도 맡게 됐다.
김 기원은 “회사가 공정 개선, 설비 개선에 박차를 가하던 와중, 제가 제안한 의견이나 시스템이 회사의 기준이 돼 현장에 적용되는 것을 봤다”며 “때문에 더 제대로 된 이론과 실무를 갖춰야다는 목표가 생겨 국가기술자격증 16종, 소방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소방안전관리자는 또 화재 예방 업무는 물론 소방시설의 유지관리, 유사시를 대비하고 실제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관이 도착하기 전까지 초기 대응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낙뢰로 HD현대중공업 지하공동구 전력 케이블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김 기원은 소방관과 교대로 화재를 진압하다가 마지막 불꽃을 꺼트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 기원은 “당시 지하 좁은 통로에 화재로 인한 열기 때문에 장비를 착용해도 진입이 어려웠고 특히 마지막 불씨가 터널 깊은 곳에 있어 힘든 상황이었다”면서 “무거운 소방호스를 더 깊이 끌고 들어가 어둠 속에서 마지막으로 불을 진압하고, 현장 지휘본부에 완전진압을 보고했을 때가 가장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취미가 하모니카인 김 기원은 소방관들의 PTSD 예방을 위해 재능기부도 아끼지 않았다.
동부소방서와 화재 예방 캠페인 행사를 마치고 가진 식사자리에서 연주한 하모니카에 소방관을 대상으로 PTSD 치료를 위해 하모니카 강습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김 기원은 “매주 점심시간을 이용해 소방서 강당에서 6개월 정도 수업을 진행했는데 배우려는 사람이 많아 놀랐고, 열심히 배우려는 열의에 한번 더 놀랐다”며 “직업 특성상 아찔한 순간을 마주하는 일이 많아 후유증이 있기 마련인데,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 것 같아 보람찼다”고 웃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김 기원은 2021년 소방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받았고, 2023년에는 울산시 소방·방재분야 명장에 선정되는 기염도 토해냈다.
김 기원은 “아무리 알아주지 않아도 맡은 업무를 소임을 다해 걸어 나가는 것, 그러던 중 가끔 사소한 성과나 성취감으로 보람을 느끼는 소박한 삶의 연속들이 나를 성장시키고 타인에게서가 아닌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이 도움이 됐다”며 “단지 공적으로 인정을 받았을 뿐이지 명장이 됐다고 해서 ‘최고가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울산시 명장에 선정된 김 기원은 앞으로 대한민국 소방·방재 분야의 최초 명장 선정에 도전하고 있다.
소방 분야가 기능올림픽 종목으로 있지 않고, 대외활동 분야도 적어 명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적다. 때문에 후학 육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김 기원은 마이스터고등학교나 울산과학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방 관련 분야 멘토링을 하면서 소방 전문가 양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김선우 기원은 “도전하는 사람이 없다보니까 신청하는 사람이 없는 게 현실이다. 더 많이 알려져야 젊은 인력들도 소방 명장의 꿈을 꿀 수 있다”며 “소방도 명장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로 인해 젊은 소방 기술자가 많아지게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라고 밝혔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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