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은 지난 2021년부터 인구 데드 크로스가 시작됐다.
데드 크로스는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울산에서는 매년 1000명이 넘는 인구가 데드 크로스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학업과 취업 등을 이유로 대거 울산을 빠져나가면서 결혼 적령기 인구가 줄어든데다, 결혼 적령기 청년도 결혼과 출산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들은 출산율 제고를 위해 현금 지원에 나서기도 하지만, 단기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현금 지원보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도시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 유출로 비롯된 인구 감소 문제를 행정적 지원과 법적 제도만으로 풀어내기엔 한계가 따르는 만큼 출산과 육아를 지지하고 힘을 보탤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울산에서 지자체, 기업은 물론 문중에서 자발적으로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을 막자”며 출생률 높이기에 힘을 보태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울산지역 문중 출산장려금 화제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문중까지 등장했다.
북구 무룡동을 세거지로 삼고 있는 아산장씨성재공문회(문회장 장문래)는 이달부터 문회의 일가에서 출산할 경우 거주지와 무관하게 1명 출산시 100만원의 장려금과 10만원 상당의 육아용품을 지급하기로 했다. 가문 차원에서 주는 출산장려금으로, 일가들의 헌성금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아산장씨 출산장려금 지급은 저출산 위기 속에 선대의 다산(多産)의 덕목을 실천하고, 일가 인구를 늘려 화목과 단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시작됐다.
장문래 문회장은 “문중의 지원이 일가들의 유대를 강화하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연대감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무엇보다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고, 문회 차원에서 정부 정책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고 말했다.
남구 야음동을 세거지로 삼고 있는 청송심씨 문중은 이미 4~5년 전부터 출산 일가에 100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심규화 청송심씨 울산내금위공종회장은 “갈수록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상황인 만큼 출산지원금을 대폭 늘리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며 “지원금 규모를 떠나 문중 어른들이 출산과 육아를 응원하고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기업의 파격 출산지원 정책 등장
울산에 주력 사업장을 둔 기업들이 국가적 문제로 급부상한 ‘초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팔을 걷었다.
기업 차원에서 파격적인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고,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곳도 다수다. 일부 기업은 법정 육아휴직과는 별개로 만 6세 이상 8세 이하 자녀를 위한 최대 6개월의 ‘자녀돌봄휴직’ 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업체마다 출산 지원금은 다양하지만 보통 100만원 이상이며, 1000만원에 달하는 기업도 있다. 난임으로 고통받는 임직원들을 위해 법정 난임 휴가 외 추가 휴가를 부여하기도 하고, 임신·출산 대상자를 IT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대학교까지 이어지는 자녀들의 학비 지원은 울산지역 기업들의 대표적인 사내 복지 정책이다.
반면 대기업에 비해 임금적인 부분 등 구조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들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역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에서는 대체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어 법정 육아휴직 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등 구조적인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할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