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남구에서 ‘촌당’을 운영하는 손응연(60) 대표의 첫 나눔 시작은 지난 1998년 가게를 운영했을 때로 올라간다.
당시 남구 수암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국밥과 함흥냉면을 팔던 손 대표는 가게에서 나오는 소뼈의 처리를 고민하다 곰국을 끓여 울산 전역 복지재단에 보내기 시작했다.
장애인 거주시설부터 노인복지시설 등 전역에 음식을 나눠줬던 것을 계기로 점차 봉사에도 발을 들이기 시작한 게 순식간에 10년이 흘렀다.
손 대표는 “소 작업을 하면서 나오는 소뼈를 냉동고에 가득 쌓아두다, 어디 파는 것 보다 음식 나눔을 해도 좋겠다는 결심에 처음 나눔을 시작했다”며 “그렇게 조금씩 봉사와 나눔에 발을 들이다가 어느덧 10년차 때부턴 주위에서 정말 끈질기게 봉사를 한다며 하나둘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의 칭찬과 소문이 퍼져 나가다보니 좋은 일을 한다며 멀리서 일부러 손 대표의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종종 생기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손 대표는 “이웃 덕분에 번 돈은 지역 사회에 다시 돌려주자”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살아가면서 공짜는 절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봉사를 하지 않았고 손님들이 가게를 찾아와주지 않았다면 촌당이 이만큼 크지도 않았을 것이고, 제가 더 크게 발전했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게가 점차 성장하면서 손 대표는 보다 적극적으로 기부와 봉사에 나서게 됐다.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납부하며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하고 호우 피해 성금, 경로식당 봉사, 음식 나눔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가리지 않고 나눔의 손길을 건넸다. 그러던 지난 2012년엔 야간 만학도로 울산대학교 경영학과에 들어가 학업을 이어갔다. 이어 서울 연세대학교 외식 전문 과정까지 수료하며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길렀다.
손 대표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음식점 뿐이다”며 “이에 보다 좋은 식당 경영과 음식으로 손님들에게 보답해주고 싶어 다양한 공부도 하게 됐다”고 웃어보였다.
이렇게 배운 다양한 지식은 또 남을 돕는데 사용됐다. 손 대표는 ‘울산소상공인창업도우미협회’에 들어가 음식점을 창업하고자 하는 이들의 매장을 직접 찾아가고 상권 분석을 하고 직접 익힌 노하우와 정보도 빠짐없이 알려줬다. 이같이 수십 년에 걸친 손 대표의 나눔 생활을 손 대표의 아들은 한 때 섭섭하게 생각했다. 손 대표는 “아들이 ‘엄마는 나한테는 인색하면서 다른 데는 봉사하고 다닌다’며 한 때 서운해하기도 했다”며 “저는 봉사를 하면서 스스로를 계속 다듬어오고 올바른 제가 될 수 있었고, 이 행복과 과정을 아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 손 대표의 아들도 함께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손 대표와 지역 사회에 나눔에 대한 공감대를 점차 형성했다. 그리고 아들도 지난 2017년 손 대표에 이어 1억원을 기부하는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며 울산 첫 ‘모자(母子)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고, 뒤 이어 며느리까지 나눔에 동참하며 이젠 ‘패밀리 아너’로 이름이 올랐다.
손 대표는 “대부분 사람들이 나보다 더 돈이 많고 잘 사는 사람들이 기부나 나눔을 하고, 나는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그러나 나중에 모아서 하기보다 지금 정말 작은 일이라도 시작해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나누다 보면 자꾸자꾸 커지게 돼 처음 시작할 줄 아는 용기가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손응연 대표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줘서 얻는 기쁨보다 모두에게 당당해질 수 있는 내가 되는데 더 큰 도움이 됐고, 거기서 오는 행복이 더 큰 것 같다”며 “오랜 기간의 봉사가 바르게 살고 주위를 기꺼이 도울 줄 아는 마음을 갖는 나를 만들었다. 모두 큰 용기로 작은 나눔을 실천해 아름다운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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