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북구 송정동 박상진 의사 역사공원 내 박 의사 동상이 고증 논란에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수년 째 마치 백기를 든 모양새를 하고 있다. 지자체 차원의 추가적인 수정 계획은 없는 상황이어서 자칫 역사 왜곡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찾은 송정동 박상진 의사 역사공원. 고헌 박상진 의사 생가를 따라 산책로를 오르면 기념 동상 마당이 나온다. 마당에는 박 의사의 연혁과 대한광복회 조직에 관한 설명이 담긴 현판이 있다. 조형물 사이로 우뚝 솟은 박상진 의사 동상도 눈에 띤다.
동상 속 박 의사는 펄럭이는 깃발을 들고 있다. 언뜻 보면 항복을 상징하는 민무늬 ‘백기’처럼 보인다. 조금 더 가까이서 보면 가운데 동그라미가 보여 ‘일장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동상 뒷모습을 보면 깃발이 태극기임이 확인된다. 뒤에서 볼 때는 제대로 된 태극기의 정모습이다.
동상은 지난 2018년 1월 울산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역사공원 내 박 의사 동상을 건립하기로 하고 LH와 북구가 협의해 동상 제작·설치공사 공모를 시행했다. LH는 동상을 설치하고 시에 기부채납했다.
이후 정면 태극기 궤의 모양이 잘못된 사실 등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고, 이를 파악한 울산시와 박상진의사추모기념사업회 등이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LH가 작업을 다시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수정된 동상은 정면 태극기 문양 자체를 글라인더 등으로 긁어 단순히 문양을 없애는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이 때문에 일제에 대항해 몸 바친 대한광복회 총사령 박 의사의 역사성 등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논란이 일기 시작했던 상태 그대로 시가 동상에 대한 재산권을 넘겨받고도 수 년 동안 방치하고 있어 정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상진 의사의 증손인 박중훈씨는 “동상 제막 이후 여기저기서 동상에 대해 아쉬운 소리가 나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