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 전무이사는 병영초, 대현중을 나온 울산 토박이다. 동네 친구들과 태권도 도장을 몇 달 다니다 대회에 나가 우승을 차지한 뒤 순탄하게 선수 경력을 쌓았다. 당시 스승이 김화영 현 울산시태권도협회장이다.
경기인 출신인 손 전무이사는 협회 행정 외에 울산시태권도협회 감독과 국가대표 코치를 겸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에서는 울산시체육회 소속으로 여자 -57㎏급에서 정상에 오른 김유진을 전담 지도했다.
그는 파리올림픽에서의 한국 태권도 선전 이유를 1인 1코치 체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올림픽 당시 최고의 선수들이 많이 출전했지만 지도자를 공모해 안일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좋지 않은 성적을 냈고, 이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 올림픽에서는 전담 코치 체제를 가동해 맞춤 지도에 나선 게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손 전무이사는 “선수들은 몸만 같이 풀고 나머지는 모두 개별 훈련을 실시했다. 유진이를 잘 아는 만큼 필요한 부분을 보강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며 “두세 체급 위의 선수들과 대련하다 보니 힘들다고 많이 울었는데, 마음이 아팠지만 내 제자다 보니 끝까지 다독이고 격려해 좋은 결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손 전무이사는 최대 고비로 세계 1위인 중국의 뤄쭝스와 맞붙은 4강을 꼽았다. 그는 “상대 전적이 비슷해 확실한 우세를 점하기 위해 영상을 수천 번 돌려보며 다음 동작이 예측될 정도로 준비했고 그 덕에 경기를 잘 풀어나갈 수 있었다”며 “이제는 그 영상을 지워도 될 것 같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파리올림픽의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서건우의 4강을 꼽았다. 아버지의 도장에서 태권도를 시작한 서건우는 백합초, 동평중, 울산스포츠과학고를 나왔다.
손 전무이사는 “어릴 때부터 합숙하고 지도해 잘 아는 선수여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며 “선수촌 안에서도 열심히 하는 선수로 정평이 났는데 아쉽게 첫 경기부터 평소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직 어리니 다음 올림픽에서는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태권도는 이번 올림픽에서 4명의 선수단 중 3명을 배출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김유진과 서건우 외에 여자 +67㎏급 동메달을 딴 이다빈도 울산 출신이다. 이다빈은 신정초, 옥동중, 효정고를 졸업했다. 넓지 않은 저변에도 우수 선수를 잇따라 배출한 것은 김화영 회장과 손 전무이사를 중심으로 울산시태권도협회가 우수 선수 발굴·육성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중·고교 태권도부가 100곳 이상인 반면 울산은 10곳이 채 되지 않는다. 태권도를 교기로 삼는 학교도 많지 않아 일선 체육관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협회가 체육관과의 유대를 강화하면서 얇은 선수층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이런 노력 때문에 우리나라 체육협회·연맹 중 모범 사례로 꼽히는 대한양궁협회와 닮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손 전무이사가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대학팀이 없다는 것이다. 울산에서 나고 자란 선수들이 타지 대학으로 ‘탈울산’할 수밖에 없는데, 이 선수들이 졸업 후 다시 울산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계하는 게 최대의 숙제다.
손 전무이사는 태권도팀을 운영하는 울산시와 울산시체육회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손 전무이사는 “김두겸 시장이 운동에 관심이 많아 지원이 넉넉하다. 유진이도 파리에서 인터뷰를 통해 많이 인사를 표했는데, 어떤 언론에도 실리지 않았다”며 “경상일보 지면을 통해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효봉 울산태권도협회 전무이사는 “이번 파리올림픽을 통해 태권도의 이미지 더 좋아졌으면 한다”며 “시민들의 응원으로 좋은 성적을 낸 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 다음 올림픽에서 다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춘봉 사회문화부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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