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의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안정적인 투자 유치를 위해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가 필요하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엠비케이(MBK)파트너스 쪽으로 고려아연 경영권이 넘어가면 울산 산업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산업수도 울산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정치계, 상공계, 시민 등 지역 사회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은 20년 전 울산 시민 SK 주식 1주 갖기 운동 사례를 설명하며 이번에도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통해 울산의 힘을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당시 울산에서는 SK와 외국계 헤지펀드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자 시민들이 SK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벌여 SK의 경영권 방어를 성공한 바 있다.
시는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외국계 사모펀드인 MBK 파트너스로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 시장은 “사모펀드의 주된 목표가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 달성임을 감안한다면 고려아연 인수 후에는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핵심 인력 유출, 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에 이어 울산지역 4대 주력산업에 속하는 비철금속 산업을 주도하는 향토기업이다.
지난해 9조7000억원의 매출액과 65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며, 울산 온산공단에 제련소를 두고 있다.
고려아연은 수소, 이차전지 핵심 소재와 관련해 현재 울산에서 1조5000억원 가량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5000억원의 추가 투자도 예정돼 있다.
울산시가 새 먹거리 산업으로 준비하고 있는 이차전지와 수소산업 모두 고려아연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시는 이번 사태로 고려아연이 현재 진행 중인 2조원 규모의 이차전지 사업이 중단되는 등 울산 산업 생태계 전체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란 우려에서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같은 내용의 성명에 이어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연 이유에 대해 김 시장은 “(고려아연을 인수하려는 업체 쪽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습적으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에 대응해 하루라도 빨리 시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시장은 앞으로 정부, 국회와 적극 소통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필요하다면 대통령실에도 직접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가 경영권 분쟁과 주식 시장에 개입해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역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외면하면 어느 기업이 지역에서 잘하려 하겠는가”라며 “울산에 기여한 회사,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기여 중인 회사의 손을 잡아주는 것일 뿐 다른 점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역 정치권도 입장을 내고 고려아연 지원에 나섰다.
울산시의회는 지난 17일 “적대적 인수합병에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고 지역 정치권과 힘을 모아 고려아연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행정과 정치에 이어 울산 상공계에서도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한편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최대 주주 영풍은 고려아연에 대한 안정적 경영권 확보에 목적을 두고 있다며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 중이다. 고려아연은 현재 최윤범 회장 측이 자체 보유 지분 15.9%에 LG화학, 현대차 등 17.3% 규모의 우호지분을 더한 33.2%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갖고 있다. 영풍 측은 3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공개매수는 내달 4일까지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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