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1시50분. 울산 울주군 새울원자력본부에서 방사능 누출로 방사능이 시설 부지 밖까지 영향을 미칠 때 발령되는 최고 비상 단계 ‘적색비상’이 발령이 울려퍼졌다. 앞서 이날 1시께 규모 5.0과 8.6의 지진이 연달아 발생한 뒤 50분 만이다.
비상요원을 제외한 본부 내 전 직원과 발전소 5㎞ 내 서생 주민들의 긴급한 대피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후 2시 원자로건물 외부 대기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기 시작했다.
이동형 살수차와 소방차 2대가 방사성물질 확산 최소화를 위해 곧바로 원자로건물 외부에 물을 뿌렸다.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로건물의 파손된 덕트를 보수하기 위해 ‘암스트롱’ 기계를 투입해 보수를 시도했다. 동시에 하늘에는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에서 투입한 고정익항공기가 나타나 500m~1㎞ 고도에서 환경방사선 준위 측정을 이어갔다.
이날 펼쳐진 훈련은 행정안전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울산시, 한국수력원자력 등 48개 관계 기관이 합동으로 진행한 ‘레디 코리아(READY Korea)’ 훈련의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됐다.
레디 코리아 훈련은 기후 위기 등 잠재 위험으로 발생하는 대형·복합재난에 대비해 민관이 함께 재난 대응 체계를 점검하는 훈련이다. 방사능 누출을 가정해 울산에서 열린 레디 코리아 훈련은 올해 세번째다. 이번 훈련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중대본 1·2본부를 가동하고 관계 기관과 지역 주민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2200여 명이 참여했다.
훈련은 오전 1시 새울본부에서 120㎞ 떨어진 해역에서 규모 5.0과 8.6의 두 차례 지진이 발생하는 자연재해를 가정했다. 지진의 영향으로 새울원전 보조보일러 건물 내부 및 연료저장탱크 배관에 균열이 생겨 연료가 누출되고, 긴급 보수작업 중 용접 불꽃이 연료에 떨어지며 화재가 급속하게 확산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미처 탈출하지 못한 새울본부 직원 9명이 연락두절되고 2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오후 1시8분에는 기기 정비작업 중 작업자 3명이 추락하는 돌발상황도 이어졌다. 추락한 작업자들은 신체에 방사선 오염이 된 방사선 오염환자로 분류, 즉시 현장 방사선비상진료소로 이송돼 의료 처치 및 제염(오염 원인이나 오염된 물질을 없앰) 작업을 진행했다.
고성능화학차, 무인파괴방수차, 내폭화학차, 내폭화학굴절차 등이 연이어 투입되면서 사고 현장은 실전을 방불케했다. 들것에 실려 나오는 사상자 3명과 계속 발견되는 부상자들의 이송에 훈련 상황임에도 사고의 긴박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도중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6m 높이의 해일이 새울본부로 도달했지만, 다행히 9.5m 높이의 해안방벽에 부딪혀 추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약 1시간30분에 걸쳐 진행된 훈련은 암스트롱 기계를 이용한 방사성물질 누출 차단과 사고현장 제염까지 모두 마친 뒤 종료됐다.
이한경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현장에서 “우리나라 최대 가능 지진은 규모 7.0으로 보고 있지만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재난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비해 규모 8.6으로 훈련을 상정했다”며 “이번 훈련을 통해 지진·화재 등 복합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기관별 대응 체계에 부족한 점은 없는지 면밀히 살폈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 레디 코리아 훈련은 오는 11월에 실시할 예정이며 전기차 화재 대응 체계를 점검할 계획이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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