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의 핵심 제도로 꼽히는 ‘주민자치회’가 오는 2025년부터 울산 울주군에서 자취를 감춘다.
26일 군과 지역 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해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로 전환된 범서, 삼남, 상북 등 3개 읍면은 최근 주민총회를 열고 내년부터 다시 주민자치위원회로 환원을 의결했다.
주민자치회는 기존 주민자치위원회가 행정 업무의 단순 심의·자문 역할에 그쳤던 것과 달리 주민자치 기능이 강화된 주민 대표 기구다. 지역 주민 누구나 참여해 마을 자치계획을 수립·실행하고, 예산을 받아 실질적인 사업 운영 권한과 역할을 맡는다.
군은 관내 주민자치위원회로 운영되는 12개 읍면 중 지난 2020년 언양읍을 가장 먼저 주민자치회로 전환했다.
이어 지난해 1월 범서·삼남·상북 3개 읍 주민자치위원회도 주민자치회로 바꿨다. ‘울산시 울주군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기반을 만든 뒤 운영을 시작했다.
군뿐만 아니라 광주시도 최근 전국 최초로 96개 전체 동을 주민자치회로 전환키로 하고, 경기 평택·경남 진주도 전면 주민자치회 전환을 추진하는 등 최근 지자체를 중심으로 주민자치 기반 마련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범서·삼남·상북 주민자치회는 임기 종료일인 오는 2025년 1월1일부로 전환 2년 만에 다시 주민자치위원회로 환원된다. 올해로 약 5년째 주민자치회를 운영해온 언양읍도 내년까지 남은 임기를 진행한 후 오는 2026년께 주민자치위원회로 다시 복귀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주민자치의 ‘역행’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지역 주민들과 군에 따르면 대부분 주민자치회에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자치회 관계자 A씨는 “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발굴하고 실천하는 취지는 좋았지만 사업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특히 주민자치위원회와 달리 주민자치회는 모든 주민들의 가입이 가능하고, 지원자에 한해 무작위 추첨으로 위원을 선정한다. 이에 회원이 많이 늘어도 중간에 수시로 위원들이 그만두거나 사업 진행 참여율이 낮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민자치회 관계자는 “분명 좋은 취지의 기구고 지역에 필요한 단체지만 아직 군에서 자리잡고 운영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며 “특히 전 읍면도 아니고 일부에서만 운영되다보니 형평성 문제부터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군에서 진행하는 사업과 유사·중복되는 사업이 많았고 운영 효율성도 떨어져 일부 민원도 있었다”며 “다만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위원회 모두 읍면의 보조로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어서 다시 복귀해도 운영에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