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폭염에 전국 벼멸구 확산…울산도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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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폭염에 전국 벼멸구 확산…울산도 피해
  • 정혜윤 기자
  • 승인 2024.09.2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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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수확을 앞둔 울산 울주군 웅촌면 한 논의 곳곳이 황갈색으로 변해 움푹 패어있다.
이례적인 가을 폭염 속 벼 수확기를 앞두고 전국에 벼멸구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울산 울주군에서도 벼멸구가 확산돼 군이 긴급 방제 예산을 편성했다.

26일 찾은 웅촌면 들녘. 내달 수확을 앞둔 논 곳곳이 폭탄을 맞은 듯 움푹 패어 있다. 패인 부분에는 황갈색으로 변한 벼들이 옆으로 쓰러져있는데, 쓰러진 벼들 근처도 점차 시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볏대에 집단으로 서식하며 즙액을 빨아 벼를 말라 죽게 하는 벼멸구 피해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웅촌에서 벼농사를 하는 이시우씨는 “최근 몇 년 동안 한 번도 벼멸구가 나타난 적이 없었다”며 “올해 유례없이 벼멸구가 나타나더니 군데군데 퍼져가는데, 수확기를 앞두고 있어서 약을 쓰지도 못할 것 같고 애가 탄다”고 호소했다.

중국 남부 지역㎍에서 6~7월 남서풍을 타고 옮겨오는 해충인 벼멸구는 올해 9월까지 무더위가 이어지며 수확기를 앞두고 개체 수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전라도에서 창궐한 벼멸구가 경상북도를 거쳐 9월부터 울산까지 번지면서 군 대부분 지역 벼 농가의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군에 따르면 이날 기준 관내 벼멸구로 인한 피해 신고 면적은 약 15㏊에 달한다. 벼멸구는 논 전체를 말라 죽게 하는 것이 아닌 군데군데 피해를 주기에 피해 면적 자체는 지역 재배 면적의 2~3%가량이지만, 확산이 빨라 추가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다.

이상우 울주군의원은 “온산 지역 피해가 심하고 웅촌, 언양, 청량 등 대부분 논들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오는 10월10일부터 벼 수매가 예정돼 있는 등 본격적인 수확이 2주도 채 안 남은 시점에서 방제약을 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방제약제의 반감기가 약 14일이기 때문이다. 잔류농약 제거를 위해서는 긴급하게 방제 작업에 들어가거나 수확기까지 피해가 덜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농민들은 입을 모았다.

지난 7월부터 1차, 2차 드론 방제를 진행했음에도 벼멸구 피해가 발생하자 군은 농민들이 자가방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긴급 방제 예산 5000만원을 투입했다. 군은 이달 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구입한 약제비의 70%를 부담한다.

울주군 관계자는 “벼멸구 피해 신고가 들어오자마자 급하게 방제 예산을 편성해 약제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수매가 늦어질수록 피해가 더 확산되기 때문에 수매 전까지 피해가 없도록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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