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울산소방 산악사고 등산객 구조 훈련 가보니…“수풀없는 곳에서 기다려야 구조 수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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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울산소방 산악사고 등산객 구조 훈련 가보니…“수풀없는 곳에서 기다려야 구조 수월”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4.10.1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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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울산 남구 선암호수공원에서 진행된 산악 사고 대비 훈련에서 요구조자가 국가 지정번호 표지판을 기억하고 있던 덕분에 이른 시간 안에 구조됐다. 구조자 전방에 주황색으로 색칠된 국가지정번호가 설치돼 있다.
“등산할 때 주변 풍경과 특징을 휴대전화로 찍거나 기억해 두세요.”

단풍철을 맞아 등산객이 증가하는 가운데, 산악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울산에서도 지난 10일 울주군 신불산의 한 바위에서 60대 남성이 넘어져 손·발목 부상을 입어 소방헬기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에 울산 소방이 가을 행락철 등산객 산악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실제 산악사고를 가장한 등산객 구조훈련을 실시했다.

15일 오전 10시30분께 남구 선암호수공원을 오르던 등산객이 다리를 다치며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구조 신고를 접수한 울산 소방 상황실은 남부소방서 구조대에 상황을 전파했다.

출동한 구조대는 신선산 입구까지 차량으로 이동했다. 이윽고 차량에서 내린 구조대 5명은 각자 8㎏가량의 산악용 들것과, 구조 배낭 등을 매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구조대원 중 한 명은 산을 오르며 요구조자와 통화를 시도했다.

이재원 소방장은 “선생님, 지금 계신 곳 위·경도가 어딘지 확인되시나요. 모르시겠으면 주위에 국가지정번호 표지판이나 구급함이 보이시나요?”라고 말하며 요구조자의 위치, 상태 등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수집했다.

다행히 국가지정번호 표지판을 기억하고 있던 요구조자 덕분에 구조대는 산을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요구조자를 발견했다.

구조대는 곧바로 요구조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응급처치 이후 메고 왔던 산악용 들것에 요구조자를 싣고 하산했다.

이재원 소방장은 “산행 시 위치를 알려주는 국가지정번호 표지판이나 구급함 번호, 주변 풍경 등을 찍어두거나 외워두면 유사시 구조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구글이나 카카오 앱을 이용하면 위·경도를 확인할 수 있다”며 “요구조자가 크게 다치거나 배터리가 방전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최초 출발지를 토대로 수색해 구조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구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훈련에서는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이용해 요구조자를 찾는 상황도 가정됐다. 소방 구조대는 산악 사고 시 이동이 가능하다면 숲이 우거지지 않은 곳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열화상 카메라에 잘 식별돼 구조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창욱 여천119안전센터 소방장은 산 곳곳에 설치된 구급함을 설명하며 “산악 사고 예방을 위해 산행 전 미리 기상을 확인하고, 스트레칭을 하며 적절한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 또 정상적 등산로를 벗어나는 등산과 음주 산행을 지양해야 한다”며 “만약 산행 중 가벼운 부상 시 주위에 구급함이 있다면 응급처치 후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비밀번호는 119 혹은 0119이며 비밀번호가 틀릴 경우 소방에 연락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울산소방본부가 2021~2023년 3년간 조사한 울산 지역 산악 사고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에 발생한 산악 사고는 총 1244건으로 연평균 415건 발생했다. 사고 유형은 길 잃음 58건(29.7%), 실족이 51건(26.2%) 순이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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