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4선 시장 도전에 나섰다가, 경쟁 후보군에 여론 우위였음에도 공천관리위원회에 의해 컷오프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단체장 ‘3선 연임 제한’이라는 정치적 태클에 걸린 셈이다.
3선 시장 이후 국회의원을 지낸 뒤 다시 시장 출마는 문제가 없다는 법적 해석보다는 ‘기회균등의 원칙’을 적용해 더 이상 출마하지 말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이라는 게 당시 정치권의 해석이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지만, 박 전 총장은 평소 인간적 신의가 두터운 당시 경쟁 후보였던 김두겸 시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결론 내고 중도 포기했다. 2년의 시간이 지난 뒤 4·10총선이 임박해지자 지지자들이 다시 그를 정치 현장으로 소환했다.
평소 박 전 총장을 잘 아는 지역 여권의 한 인사는 “박맹우는 너무 순진한 사람”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서민적이고 인간적 신의가 두텁기 때문에 곁에 언제나 사람이 몰린다”고 했다.
지역의 다른 한 인사는 “선거판을 앞두고 열성 지지자들이 사무실에 몰려가 출마를 요구하게 되면 박절하게 거절조차 못 하는 사람이 박맹우”라고 말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국회의원 선거가 불타올랐던 4·10 총선은 박 전 총장에겐 ‘잔인했던 사월’이었는지도 모른다. 통상 공직과 정치계에 오래 몸담게 되면 좁은 선거판에서도 진영과 연령, 출신이 얽히고설키면서 ‘아군과 적군’이 함께 있게 마련이다. 더구나 선출직 공직자들에겐 경쟁 구도에서 상대편이 있기 마련이다. 승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면서 감정이 골도 깊어지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인간 박맹우’에겐 그런 세속적인 비판에선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이 많다. ‘참 좋은 사람’. 그에 대한 이러한 수식어가 낯설지 않다.
울산 정치·행정계에선 “박맹우와 경쟁해서 패배한 사람도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며 “그 이유는 감정의 골을 깊게 놔두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전 총장은 최근 십리 대나무숲에서 매일 맨발 걷기로 건강을 다지고 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건강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며 자연스레 현실적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정치인 박맹우보다는 ‘행정의 달인 박맹우’가 더욱 친근하기 때문일까. “(정치·행정 일선에서 물러났어도) 늘 마음 깊은 곳에선 울산 시민들이 잘사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52세에 선출직 울산시장에 당선, ‘박맹우 신화’에 불을 당긴 뒤 이후 3선 동안 울산의 지도를 바꿔놓을 만큼 열정 행정을 펼쳐왔기에 여전히 시민들의 삶에 관심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 대해선 사실상 은퇴를 한 것으로 보이는 그에게 자연스레 민선 8기 김두겸 시장에 대한 시정평가를 넌지시 물어봤다.
잠시 신중한 입장을 보인 그는 “김 시장은 임기 시작부터 역동적이면서도 추진력이 강하고, 일도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여론도 좋은 편”이라며 “특히 주요 시정을 펼치면서 시민들에게 솔직하고 또한 담대하게 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고 평했다.
지역에선 여전히 박 전 총장과 김 시장은 ‘호형호제’ 사이로 통한다. 박 전 총장이 3선 시장 재임 중 김 시장이 2선 남구청장을 하며 두텁게 쌓아온 애정이 지금도 남다르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총선 이후 사실상 마음을 완전히 비운 것으로 알려진 그는 ‘평생 공직 신분’이라서 그런지 ‘나라 걱정’도 빼놓지 않았다.
박 전 총장은 “비록 용산에서 잘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당정이 함께 가야 하는데, 당 지도부가 지나치게 여론몰이에만 급급한 것으로 비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집권당은 누가 뭐래도 윤석열 정부가 임기 끝까지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동력을 불어놓고 또한 뒷받침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치 원로로서 직언도 했다. “거대 야당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탄핵 운운’은 나가도 너무 나간 것으로 본다”고 지적한 뒤 “용산에서 다소 부족하고, 잘못이 있더라도 대통령을 정략적으로 흔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김두수서울본부장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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