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면 ‘보행자의 날’은 많은 이들이 기억하지 못한다.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보행이지만, 익숙하고 당연시되기 때문이다. 이에 보행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 의식을 고취하고 걷기 활성화라는 보행자의 날 취지에 맞게 울산 지역 곳곳의 보행 환경을 확인했다.
지난 10일 울산대학교 일원.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뺏긴 스몸비(스마트폰+좀비)족이 다수 배회하고 있다. 횡단보도 바닥에는 스몸비족의 사고를 우려해 LED 바닥 신호등이 설치돼 있다.
인근 산책로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착용한 블좀(블루투스+좀비)족들이 달려오는 차량의 소리를 듣지 못한 채 길을 건너고 있다. 이들로 인해 차들이 이따금 급정거하거나 경적을 울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차량을 슬쩍 쳐다보고 갈 길을 이어간다.
11일 남구 옥현초등학교 일원. 왕복 4차선의 어린이보호구역이지만, 사람들은 몇m 떨어진 횡단보도를 두고서 무단횡단하고 있다. 앞에서 차가 달려오고 있지만 땅만 바라보고 천천히 길을 건넌다. 눈에 잘 띄도록 횡단보도를 노란색으로 도색했지만, 사람들은 횡단보도가 없는 것처럼 횡단보도를 피해 도로를 건넌다.
70대 김모씨는 “바쁠 땐 어쩔 수 없이 무단횡단하기도 한다. 어차피 어린이보호구역이라 제한속도가 시속 30㎞ 미만인 데다 부딪혀도 차만 손해”라고 말했다.
울산시와 울산경찰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매년 보도 정비 및 무단횡단 방지 시설물 등 보행 환경 개선에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무단횡단 다발 구역에는 횡단보도를 새로 설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단횡단을 비롯한 각종 교통법규 위반 근절에는 난항을 겪고 있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울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차 대 사람)는 752건인데 반해 지난해는 742건으로 보행자 교통사고가 여전한 것을 알 수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인프라를 설치·개선하고 있지만, 보행자가 안전해진 만큼 교통법규를 어기는 사람이 느는 것 같다”며 “교통안전 시설은 예방책이지 근본 대책은 아니다.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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