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지도부 일각과 함께 울산 지역 여권이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의 중심부인 울산시의회 의장 선출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시의회가 5개월여에 걸쳐 파행되면서 집권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역 여권은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11월10일)을 지나면서 지지율이 20%대(한국갤럽)로 추락하고 당정 갈등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책임 정치는커녕 풀뿌리 민주주의까지 흔들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증폭되고 있다.
시의회 재적의원 22명 가운데 19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지난 7월부터 의장 선출을 두고 양분되는 과정에서 지역 여권 일각의 노골적 개입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역 여권이 특정 후보를 시의장으로 만들기 위한 ‘정략적 접근’ 과정에서 장기 파행이 불거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 7월 이성룡·안수일 두 의원의 의장 선출 관련 법적 다툼 비화에 이어, 지난 16일 국민의힘 울산시당이 내놓은 이성룡·김기환 의원의 의장 후보자 동시 사퇴 결정 자료까지 겹치면서 지역 정치·사회를 뒤집어 놓고 있다.
이성룡·김기환 두 후보는 애초 의장 선거가 예정돼 있던 18일 오전 시의회 사무처에 사퇴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본회의에서 치러질 예정이던 의장 선거는 취소되고, 추후 의장 선출 등에 관한 절차는 안수일 의원이 울산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의장 선출결의 무효확인’ 소송 선고가 나오는 내년 1월께로 미뤄질 전망이다.
이성룡·안수일 두 의원의 법적 다툼 비화가 1라운드 성격이라면 이성룡·김기환 의원의 동시 사퇴 결정은 2라운드 파행인 셈이다.
시의회 파행의 이면에는 지역 출신 일부 국회의원·당협위원장들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지역 국회의원·당협지역구 소속 시의원들이라는 점에서 ‘단순 조언’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의장 선출 과정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의 핵심은 국민의힘 시의원들의 동선이 일부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입김과 연동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시의장 자리를 둘러싼 지역 여권 내부의 주도권 경쟁이 현재의 파행을 만들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의장 후보 경선에 나선 일부 시의원이 지역 국회의원을 정면 겨냥, 기자회견에서 공개 저격한 것이 단적인 예다.
특히 당지도부가 당무 관리 차원에서 직접 개입한 것도 결과적으로 역풍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달 10일 ‘광역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 협조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울산시당 위원장·지역 당소속 광역의원에게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 따르면 국민의힘 시의원총회에서 (시의장 후보는) 선거를 통해 선출하고 10월31일까지 시의회 본회의에서 선출을 완료하도록 알렸다.
문제는 미묘한 시점이었다. 서 사무총장이 공문을 보낸 날은 국민의힘을 탈당한 안수일 의원이 울산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의장 선출결의 무효확인’ 소송 첫 심리가 열린 날이었다. 이에 공문이 특정 시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의견과 소송 결과 확인 후 선출을 진행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런 불협화음 속에 치러진 의총에서 전반기 시의장을 역임했던 김기환 의원까지 등판하며 예측불허의 상황이 재연됐다.
의총 결과 이성룡 의원이 의장 후보로 선출됐지만, 의총 경선에서 10대9로 석패한 김기환 의원이 당의 징계 경고를 감수하면서 막판 후보 등록을 감행하며 한 치 앞도 모를 상황이 이어졌다.
지역 국회의원이 막후 조율에 나선 결과 이성룡·김기환 두 후보가 동시 사퇴하는 것으로 사태는 정리됐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지역 여권이 의장 선출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난장판 시의회”라며 혀를 차고 있다.
당 지도부와 지역 여권이 검토한 정상화 돌파구는 향후 시의장 선출에서 이성룡·김기환 두 의원의 출마를 원천 차단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3의 카드로 적절한 시점에 시의회 정상화를 시도한다는 의미다.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17일 “당 소속 시의원들의 의장 선출 관련 장기 파행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유감을 표한 뒤 “현재까지 거론돼온 이성룡·김기환 시의원은 향후 의장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하겠다”고 못 박았다. 김두수·전상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