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울산대공원 동문 주차장 일원의 소나무들이 재선충병에 걸려 시들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야산이 아닌 도심 내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창궐한다는 신고를 받은 관계자들은 나무의사 등 전문가들과 함께 곧바로 현장을 확인했다.
다행히 소나무재선충병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해당 소나무들은 잎갈이 중으로, 잎끝부터 타들어 가며 나무 전체가 갈색으로 변하는 소나무재선충병과 달리 잎이 갈색으로 물들었지만, 힘없이 축 처지는 증상은 없었다. 오히려 솔껍질깍지벌레로 인한 피해목처럼 보였다.
한 조경 전문가는 “소나무 잎갈이는 소나무가 병을 앓거나 계절이 바뀔 때 겪는 증상이다”며 “경험 많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렸는지 아니면 다른 병이나 잎갈이 중인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잎갈이, 소나무 잎마름병, 솔껍질깍지벌레 등 다양한 이유로 갈변하거나 고사하는 소나무를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오해해 행정당국 등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솔수염하늘소의 몸에 기생하다가 솔수염하늘소의 성충이 소나무의 잎을 갉아 먹을 때 나무에 침입하는 재선충에 의해 감염된다. 소나무가 감염되면 수분과 양분의 이동이 차단돼 솔잎이 적갈색 우산살 모양으로, 아래로 처지며 단기간에 급속히 고사한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선교 국회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받은 2020~2024년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울산 지역의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나무는 26만7697그루로 조사됐다. 5개 구·군 중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은 울주군으로 나타났다.
설윤경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은 “소나무가 단풍이 드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병이 든 것이다. 응애나 솔껍질깍지벌레류, 잎마름병 등도 속도만 늦을 뿐 서서히 고사해 가는 것이다”며 “일반인들이 다른 병과 소나무재선충병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소나무 표면에 가루가 보이거나 갈변 등의 증상이 보이면 관할 행정당국에 신고를 부탁드린다. 이를 통해 전문가들이 병명을 판별하고 그에 맞는 대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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