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찾은 울산 중구 성안동 태화복합문화공간 만디. 내년 2~3월께 정식 개관을 앞두고 이달 22일부터 내년 2월23일까지 지역 최초로 쥬세뻬 비탈레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만큼 보통 전시보다 작품을 낮게 배치하고 이어박스, 아이박스, 라이트 테이블, 미러 테이블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전시장 곳곳에는 작가의 작업과정 등을 담은 영상이 있어 이해를 도왔다. 특히 울산 섹션은 울산의 도시와 역사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의 신작들로 구성돼 인상적이었다. 이탈리아의 항구도시인 나폴리에서 태어난 작가는 나폴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울산을 바다 이미지로 친근하게 꾸몄다.
작가는 반은 물고기고 반은 사람인 ‘물의 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낚시를 하던 중 타이어를 건져올려 놀란 물의 아이, 물고기가 낚시하려는 우스꽝스럽고 역설적인 설정의 작품은 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켰다.
숲처럼 꾸며진 레가미(이탈리아어로 관계) 섹션에서는 부모, 형제 등 다양한 형태의 관계들을 표현한 작품들로 갈수록 관계가 약해지고 개인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의 이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새들이 비행기를 타는 다소 황당한 모습을 통해 기술 발전이 오히려 사람들의 능력을 저하시키고 게으르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작품은 사소한 정보도 스마트폰을 통해 찾는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했다.
또 독재자가 자신만의 특별한 옷을 만들기 위해 국민들에게 그들의 깃털을 요구하는 작품, 한 새가 다른 새의 깃털로 옷을 차려입은 모습을 통해 패션의 어두운 면을 지적한 작품, 집은 많은데 내가 살 집은 없고, 식량은 넘쳐나는데 다른 곳에서는 굶고 있는 등 동화처럼 표현했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어 어른들이 보기에도 좋은 콘텐츠였다.
전시 마지막 보색(색상 대비를 이루는 한 쌍의 색상)으로 그린 작품은 대조되는 색상이 잘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화합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시민 A씨는 “전시가 너무 좋아 3시간 동안 감상했다. 지인들에게도 추천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줘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알맞는 전시였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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