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과 25일 남구의 한 PC방. 한쪽 벽면 전체가 성인석으로 지정돼 있는 공간에서 수십 명이 컴퓨터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다. 성인석은 철제 칸막이로 구분돼 있고, 내부에서는 이용자들이 일회용 컵을 재떨이 삼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성인석과 일반석을 구분해 놓았다고 하더라도 열어둔 칸막이로 담배 냄새가 넘어와 일반석에서도 손쉽게 담배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막상 흡연실이 PC방 안에 설치돼 있지만, 이곳에서 담배를 핀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PC방 업주와 아르바이트생에게 문의하니 “성인석이기에 마음대로 흡연하셔도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모(남구·20대)씨는 “경찰에 전화하니 보건소나 지자체로 연락하고 안내하더라. 새벽이 가까운 시간이라 전화해도 받지 않을 것 같아 신고를 포기했다”며 “성인석 이용자들에게 음료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하는 걸 보면 업주가 실내 흡연을 부추기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울산시 등에 따르면 PC방 내 흡연은 불법이다. 성인석, 오후 10시 이후 흡연 가능 같은 변칙 운영 역시 불법이다. 실내 흡연 적발 시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단, PC방 내부에 설치된 흡연실·부스에서는 담배를 필 수 있다.
지자체도 금연구역 흡연에 대해 수시로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 문제 등으로 오후 9시까지만 단속을 하고, 심야 단속은 하지 않는다.
특히 PC방 업주가 금연구역, 흡연 불가 등의 표시를 충분히 해둔 상태라면 손님이 흡연 시 제지를 하지 않더라도 개인의 일탈로 보기에 업주를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PC방 업주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 어쩔 수 없는 자구책의 일환이라고 항변한다.
PC방 업주 A씨는 “PC방이 금연구역으로 변하고서 밤새며 즐기는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특히 흡연자들이 단골이 될 확률이 높고, 매출도 높아 놓칠 수 없는 손님이다”며 “음료, 음식을 통해 수익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전용공간에서는 흡연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성인석 등 변칙 영업은 모두 불법이다”며 “인력 문제가 있다 보니 모든 곳을 단속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금연 분위기가 무너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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