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통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KTX-이음의 정차역 발표가 12월로 밀려났다.
탈락 지자체의 반발을 우려한 정부의 떠넘기기식 태도에 단순히 정부를 쳐다봐야만 하는 지자체의 행정력이 낭비되고, 근거 없는 소문만 확산되는 등 혼선이 커지고 있다.
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발표하기로 했던 KTX-이음 정차역의 발표가 12월로 재차 미뤄졌다.
정차역이 확실한 역사를 제외하고 추가 정차를 요구하는 지자체가 많아 역대급 유치 과열로 인해 최종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10월 말 관련 용역 자료를 제출하면서 국토부에 최종 승인을 요청했지만, 발표는 한 달 여 이상 연기되고 있다.
문제는 한 달 전부터 고속열차 등의 예매가 가능하지만,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당장 오는 20일 이후부터 열차를 예매할 수 없어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KTX 열차를 예매하는 ‘코레일톡’에는 20일 이후 예매와 관련해 ‘연말 신규 노선 계통 계획에 따라 2일 오후 3시 재공지하겠다’는 문구가 올라와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신규 노선으로 기존 노선이 변경될 수 있는 만큼, 20일자 이후 예약과 관련해서는 2일 재공지를 통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코레일의 예매 일시 재공지가 나오면서 국토부가 이날 정차역을 발표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분분하지만 확실한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날 코레일을 통해 21일 개통되는 KTX-이음 정차역의 베일이 벗겨질지, 코레일이 예매 시점을 국토부의 발표 이후로 더 늦출지도 확실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KTX-이음 정차역을 유치하려는 한 지역에서는, 이미 정차역으로 확정됐다는 의미로 ‘KTX 역세권 아파트’라는 광고 문구를 넣어 아파트 홍보를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발표 일자 등이 미뤄지면서 부동산을 관리해야 할 부처가 부동산 지라시를 양성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의 불편뿐 아니라 정차역 유치에 뛰어든 지자체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부산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 부처에서 어떤 언질도 주지 않아 언론 보도를 통해 동향 파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정차역 유치전을 진행하고자 했으면, 이 정도 과열이 발생할것을 예상 안 할 수가 없지 않나. 빨리 결정이 나면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인데 아쉽다”고 말했다.
울산에서도 북울산역과 남창역 정차를 위해 유치전을 벌여온 북구와 울주군의 행정력이 지연되는 정차역 발표에 낭비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구 관계자는 “유치 환영문을 써야 할지, 사과문을 써야할지도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며 “정차역이 결정된다면 정차역으로서의 준비를, 안 된다면 미흡한 점에 대한 보완 조치를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울주군 관계자 역시 “계속되는 발표 지연에 주민들의 항의성 전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특히 11월 말 발표로 대부분 알고 있어 주민들이 퍼포먼스 등도 준비했는데, 늦어지니 답답한 상황이다. 추후 행사 등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