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대표는 지난 1959년 울주군 봉계에서 양조장을 시작한 할아버지와 10년 뒤 언양에서 새로운 양조장을 연 아버지에 이어 65년째 지역 전통 막걸리를 빚고 있다.
한 대표가 지금 자리로 사업장을 이전한 것은 2017년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자영업을 하다가 가업을 잇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언양으로 돌아왔다.
최근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인 남창양조장이 문을 닫으면서 한 대표의 양조장은 ‘태화루’와 함께 긴 역사를 자랑하는 유이한 전통 양조장이 됐다.
그는 매일 오전 집 앞 마당에서 쌀을 꺼내 체에 손수 거르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회상했다. 1950년대에는 체계적인 온도 조절 장치가 없어 한여름이면 술이 쉽게 상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가 남은 술을 증류해 소주로 만들어 이웃에게 나눠주기도 했다고 한다. 매일 자전거로 말통 가득 술을 받아 가던 지역 주민들과 막걸리 배달을 하던 아버지의 모습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한 대표는 “이전엔 그 지역에서 생산한 술만 판매하라는 법이 있었다. 그래서 당시 봉계와 언양에서 우리 술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며 “날마다 술을 만들어도 늘 양이 모자랐다”고 말했다.
막걸리 원료는 쌀과 물 등으로 단순하지만, 각 원료를 어떻게 배합하고 숙성하는지에 따라 맛 차이가 천차만별이다. 막걸리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술을 발효시키는 시간과 온도다. 너무 높은 온도는 막걸리를 금방 쉬게 만든다. 그렇다고 너무 추운 날씨에는 누룩이 익지 않아 술을 만들 수 없다. 때문에 지금처럼 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던 시절에는 마당 가득 항아리를 쌓아두고 가운데 연탄난로를 피워 온도를 유지했다고 한다.
맛있는 술을 빚어내는 것은 성능 좋은 장비와 설비가 잘 갖춰진 요즘에도 쉽지 않은 일이다. 생물처럼 끓어오르는 누룩을 너무 지나치지도 설익지도 않게 발효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람의 손길은 여전히 필요하다.
전 세계의 술을 집에서 쉽게 주문해 맛볼 수 있는 최근 주류 문화 변화는 양조장 운영에 있어 어려움을 주는 요인 중 하나다.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기호가 다양해진 만큼 눈에 띄는 차별점이 없다면 금세 잊혀지기 일쑤다.
막걸리는 다른 술과는 달리 보관기간이 한 달 안팎이라 인근 지역에만 소매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냉장 유통이 가능한 차량 구입이 필수이다 보니 개업 초 무시 못 할 물류비로 어려움을 겪었다. 비슷한 이유로 오래된 지역 양조장들이 최근 10년 내 문을 닫았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한 한 대표의 막걸리는 우수한 쌀을 직접 도정하고 발효해 깔끔하고 청량한 맛이 특징이다. 종류는 두 가지로 쌀막걸리는 비교적 탁하지만 향이 깊고 맛이 진하다. 또 브랜드 이름을 딴 ‘가지산 막걸리’는 밀가루 함량이 낮아 맑은 색과 깔끔한 뒷맛이 특징이다.
손수 빚은 막걸리의 독특한 맛은 농수산부 주최 우리술 품평회에서 우승하며 전국적으로 인정받았다.
현재는 공장 한 동을 직접 운영하며 막걸리 생산과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전통 있는 지역 양조장의 특징을 살려 지역민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이색 막걸리 만들기 체험 등의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한승완 대표는 “3대를 이어온 가지산막걸리의 품질과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도전도 시도할 계획”이라며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으로서 지역 주민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가업을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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