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철 추위는 단순히 날씨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발표한 국토교통부 주거 실태조사에 따르면 울산 지역 난방 및 단열 상태가 양호인 가구는 24.5%, 조금 양호인 가구는 63.3%로 나머지 가구는 단열이 미비해 겨울철 실내 온도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소득 하위 가구와 점유 형태가 월세이거나 주택 유형이 주택인 경우에 난방 및 단열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환경은 겨울철 난방비 부담을 크게 증가시키며, 많은 가구가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실내 온도를 지나치게 낮추고 있다. 그러나 이는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열악한 주택에서 차가운 겨울을 견디는 이들이 많다.
◇난방비 걱정인 찬진이네
찬진이(가명·9세)는 부모님, 할머니, 여동생 2명 그리고 찬진이까지 여섯 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 찬진이 아빠가 일을 하다 허리디스크로 근로가 힘든 상황이 되자, 엄마가 버스운전자격증을 취득해 통근버스를 운행하며 홀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찬진이가 살고 있는 곳은 오래된 1층 주택으로 난방을 해도 웃풍이 심해 금방 공기가 다시 차가워진다. 게다가 여섯 가족이 따뜻한 물로 샤워해야 하다 보니 난방비가 월 20만원 이상 나오고 있다. 난방비 부담을 줄이고 따뜻하게 겨울을 나기 위해 전기매트와 난방 텐트 구입이 절실하다.
◇단열 안돼 곰팡이 핀 지후네
지후(가명·9세)는 엄마,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지후 엄마는 우울증으로 안정적인 근로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후와 지후 동생을 양육하는 데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후는 경계성 지적 장애로 의심되며 다른 친구들에 비해 언어와 인지 발달이 느린 편이다. 학교 및 단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심리치료센터를 이용하며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지후가 살고 있는 집은 외벽과 맞닿아 있어 난방 효율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결로 현상으로 곰팡이가 피어 있는 상태다. 지후네 집에 곰팡이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고, 충분한 난방을 통해 엄마, 동생, 지후가 따뜻한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집에서도 패딩 입는 하준이네
하준이(가명·12세)는 엄마, 아빠, 형, 누나 그리고 하준이까지 다섯 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 본래 주거기본법에 따르면 부부와 자녀 3명의 가정은 방이 최소 3개 이상이어야 하지만 하준이네 집은 방 2개의 좁은 공간에서 다섯 가족이 생활하고 있다. 게다가 하준이가 살고 있는 집은 오래된 다세대 주택으로 해가 잘 들지 않고 문을 닫아도 바람이 들어와 겨울철 한파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하준이 아빠는 낮에는 통근버스를 운전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 난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어, 하준이네 가족의 걱정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해 집에서도 패딩을 입고 있거나, 방 한 칸만 난방하고 지낸다. 그럼에도 난방비 부담은 여전히 크고, 가족 모두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추운 겨울, 취약계층 가정의 아동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주변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울산지역 주거빈곤아동 주거비 지원 문의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275·3456) 전화 혹은 QR코드로 접속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