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원자력 시설의 현장 안전과 방사능 방재를 즉각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안전시설이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원전지역사무소’는 수 년째 고리원전 더부살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울산시가 추진하던 ‘원전 재난 합동 전진지휘소’ 구축도 무산돼, 신규 원전 유치에 앞서 원전 안전 인프라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울원전 상업운전 8년째 부산 고리원전지역사무소서 관할
울주군 서생면에 위치한 새울원자력본부는 지난 2016년 12월 상업운전을 개시한 새울 1호기를 시작으로, 내년 준공 예정인 3·4호기까지 총 4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대규모 원전단지가 된다. 그러나 원전 바로 옆에서 원전 시설의 전반적인 방호·방재, 방사능 비상에 대한 초기 조사·보고를 진행하는 ‘원전지역안전사무소’는 아직 울산에 없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따르면 원전 소재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소속으로 지역사무소를 둔다. △원자로 및 관계시설, 방사성폐기물의 저장·처리·처분 및 현장 안전규제 관련 사무 △핵물질 및 원자력시설의 방호 및 방사능방재 현장규제 △정기검사 및 이상상태, 사고고장, 방사능비상에 대한 초기 조사 및 보고에 관한 사항 △지역 주민 및 지자체와 소통 등 전반적 안전 업무 등을 담당한다.
사실상 원전 현장 안전에 대응하는 핵심 시설로, 원전지역사무소는 원전 관계시설 소재지 및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관할토록 명시돼 있지만 새울원전 업무는 8년째 고리원전지역사무소가 담당하고 있다. 새울원전 내 지역안전사무실 격으로 사용되는 사무실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분서가 되지 않다 보니 상주 인력은 없다. 고리원전지역사무소에서 새울원전 업무가 생기면 출장차 와서 사용하는 용도에 그치는 실정이다.
부산과 울산 두 권역을 담당하는 고리원전지역사무소의 근무 인원도 적어 효율적인 업무 수행과 지역사회 소통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고리원전지역사무소의 근무 인원은 원안위 소속 10명, 한국원전안전기술원(KINS) 소속 8명이다. 이중 새울원전 담당 인력은 원안위 4명, KINS 3명이다. 월성원전 원안위 8명, KINS 7명, 한빛원전 원안위 7명, KINS 5명, 한울원전 원안위 8명, KINS 8명임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지난 2022년 울주군의회에서 “원자력시설로부터 울주 군민들을 포함해 울산 시민 전체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원안위와 지자체 간의 유기적 업무를 구축하기 위해 지역사무소 건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지역사무소 건립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국회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전달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새울원전지역사무소 설치에 대해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 중”이라며 “협의 완료 시기나 분서 일정 등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원전사고 즉각 대응 ‘원전 재난 합동 전진지휘소’도 협의 난항
이런 가운데 지난해 시가 추진한 ‘원전 재난 합동 전진지휘소’ 구축 사업도 진척이 없다.
시는 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원전 인근뿐만 아니라 범국가적 재난으로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국가적 투자를 통한 조기 수습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울산은 2022년 현장방사능방재지휘센터를 개소했지만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밖인 울주군 삼남읍에 위치해 지자체의 즉각적인 원전사고 현장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시는 새울원전에서 1.3㎞ 지점에 위치한 에너지융합산단 안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 합동 전진지휘소 구축을 구상했다.
새울본부와 고리본부를 관할하며 내부에 방사능 제염 설비와 긴급 냉각수 주입 및 제염이 가능한 무인 파괴 방수차, 상황 분석용 고성능 드론을 배치할 계획이었다.
고밀도 콘크리트와 납코팅 유리 등 방사선 차폐 설계로 건축돼 소방·군·경 등의 사고 수습 인력이 방사선 피폭 없이 대기할 수 있고, 전문 장비를 조기 투입할 수도 있다.
특히 청색 비상 이상의 상황 시 소방과 경찰, 군 등 초동 대응 기관은 방사능 피폭이라는 고도의 위험을 감수하고 현장에 투입되는 만큼, 안전과 중단 없는 업무 수행을 위해서도 합동 전진지휘소 구축이 시급하다고 봤다.
올해 예산을 확보해 구축을 추진한 뒤 전국 원전 지자체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협의 단계에서 난항을 겪으며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최근 서생면을 중심으로 새울 5·6호기 자율 유치 움직임까지 일고 있는 만큼 안전 인프라 구축에 지자체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 관계자는 “전국 첫 시도이다 보니 사례가 없어 타당성 검증 등이 어려웠다”며 “특히 원전, 군·경, 소방 등 다양한 관계기관의 설득이 어려워 협의 단계에서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