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교수 수업으로 한문 해석에 자신감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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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교수 수업으로 한문 해석에 자신감 생겨”
  • 권지혜 기자
  • 승인 2024.12.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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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범중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명예교수
▲ 성범중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명예교수는 울산의 사료를 발굴해 번역하는 수업을 14년간 진행해 왔다. 지난 9일 울산 남구 삼호동에 위치한 ‘이문상우’ 연구소에서 수강생들이 성 교수의 마지막 수업을 듣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울산의 사료(역사 연구에 필요한 문헌이나 유물)를 발굴해 번역하고 알리는 ‘이문상우(以文尙友)’ 연구소 성범중(69)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명예교수의 마지막 수업이 지난 9일 진행됐다. 성 교수는 2011년 3월 첫 수업부터 14년째 수업을 맡으며 울산을 더 깊이 연구하고 알리는데 기여했다.

지난 9일 오후 6시30분께 찾은 남구 삼호동에 위치한 ‘이문상우’ 연구소에서 성 교수의 마지막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성 교수를 포함해 총 11명이 참여한 가운데 송준규 향토사연구자가 심원열의 ‘학음산고’ 중 한 부분을 발표했다. 지난해 2학기부터 수업을 들었던 송 향토사연구자는 이날 처음으로 발표했다. 성 교수는 발표 내용을 다시 해석하며 수업을 이어갔다.

수강생들은 수업 중간중간에 성 교수에게 질문하거나 반론을 제기하며 토론하는 등 높은 학구열을 보였다. 1시간 정도 진행된 성 교수의 마지막 수업은 다같이 박수를 치며 마무리됐다.

2년째 성 교수의 수업을 듣고 있는 김한태 향토연구자는 “성 교수의 수업을 들으면서 한문 해석의 통로에 끼어있던 검댕이가 쑥 뚫린듯 했다. 정자나 사찰에 걸린 주련(기둥이나 벽 따위에 장식으로 써서 붙이는 글귀)이나 유적지 명문 앞에서 주눅들거나 쭈뼛거리지 않게 됐다”며 “한문 비문에 서슴없이 다가가고 규장각 도서를 겁없이 뒤적일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 것은 이문상우 연구소 덕분이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문상우’ 연구소는 “글을 통해 친구와 만난다”는 ‘이문회우(以文會友)’와 “글을 통해 천년 전 사람과 만난다”는 ‘상우천고(尙友千古)’의 앞 두자를 딴 것으로, 2011년 3월 박채은 전 국사편찬위원회 사료편찬위원이 성 교수에게 요청하며 첫 수업이 시작됐다.

경북 상주 출신의 성 교수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를 취득한 후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박물관 관장·학예사, 전·현직 교사, 전 언론인, 사업가, 전 회사원 등 다양한 직종에서 근무하는 수강생들이 성 교수에게 수업을 들었다.

현재 이문상우 연구소에는 성 교수를 포함해 총 14명이 있다. 연령대는 4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울산의 사료를 발굴하고 번역하는 수업을 매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1850년 전후 울산부사로 근무했으며 울산에 유배되기도 한 조선 후기 문신 심원열의 시문집을 번역하고 있다.

그동안 이문상우 연구소는 서석린의 ‘수오선생문집’, 울산 최초의 읍지인 학성지의 초안을 엮은 박민효의 ‘상체헌유집’ 등을 공부했다.

1년에 2번 답사를 가는데 올해는 4월에는 울산 대곡천, 11월에는 경남 함양을 다녀왔다. 내년 1월 이문상우 연구소가 생기고 난 뒤 처음으로 반구천의 암각화에 있는 모은정과 송천정 등 5개의 정자에 걸렸던 시문들을 번역한 책을 출판할 계획이다.

성 교수의 후임은 엄형섭 부산대 한문학과 강사로, 내년 3월 첫째주부터 수업을 맡는다.

성 교수는 “한 사람이 너무 오래 있으면 안된다. 좌장이 바뀌어야 분위기도 바뀔 수 있다”며 “수업은 마지막이지만 계속 활동할 계획이다”고 마지막 수업을 마친 소회를 밝혔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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