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골목상권이 사라진다]울산 복국 명소, 복개천 사라지며 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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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골목상권이 사라진다]울산 복국 명소, 복개천 사라지며 쇠락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4.12.17 0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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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복국하면 떠오를 정도로 인지도를 가졌던 울산 공업탑 복개천 상권은 상권 이동과 복개 구간 철거가 맞물려 쇠락했다. 지금은 여천천 양 옆으로 복국 전문점 3곳이 운영 중이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울산에서 복국, 복지리하면 공업탑 복개천 아이가~”

복국은 복어를 넣어 끓인 맑은국 요리다. 1970년대 초 한 재일교포인 창업주가 복국을 뚝배기에 담아 내놓기 시작하면서 한국식 복국이 부산에 정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화 시기 바다를 접한 울산에도 복국이 퍼졌고, 현 여천천 공영주차장 인근을 가리키던 ‘공업탑 복개천’은 울산에서 복국을 먹는다 하면 여기를 가리키는 대체어로 사용될 정도였다.

덮개 구조물을 씌워 여천천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한 공업탑 복개천은 과거 산업화 시절 울산의 주요 상권 중 한 곳이었다. 음식점과 유흥시설이 밀집해 인근 석유화학공단과 온산공단 근로자들로 북적거렸다. 해장이나 회식은 물론 귀한 손님과 식사 자리를 가질 때 최고의 선택지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삼산동, 달동 등 인근 상권이 발달하자 점차 쇠락해 지금은 음식점 몇 곳만 남아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방문한 공업탑 복개천에는 복국 전문점 3곳이 아침부터 영업 중이었다. 이날 점심시간까지 복국 전문점을 확인했지만, 몇몇 손님을 제외하곤 대다수 손님이 중장년층과 노년층이었다. 인근에 여천천 공영주차장이 있지만, 손님들은 가게 앞 혹은 가까운 노상 공영주차장 빈자리를 찾아 헤맸다.

주기적으로 복국을 찾는다는 한 노인은 “과거 울산에서 복국하면 공업탑 복개천을 가리킬 만큼 인지도가 있었다”며 “하지만 복개 구간이 다시 철거되고 나서는 주차가 불편해지자 사람들이 찾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100여m 떨어진 공영주차장조차 귀찮아 이용하지 않는다”며 “특히 나이가 들수록 더 그런데, 행정에서는 이런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복국 전문점 3곳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손님이 줄며 과거와 같은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20~30대 젊은 층은 이곳이 복국으로 유명했던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또 1차 회식 장소로 이용되던 큰 음식점들이 문을 닫자 2·3차 음식점들도 연달아 문을 닫았다.

이곳에서 20여 년간 장사를 해왔다는 한 상인은 “온난화, 코로나, 재개발, 주차장 부족, 회식문화 변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상권이 쇠락했다”며 “여천천을 복원할 때 많은 상인이 우려와 함께 반대했고, 이전보다 주차가 힘들어지자 찾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줄었다”고 토로했다.

남구는 쇠퇴한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지난 2022년 여천천 일대에 ‘달깨비길’을 조성했다. 달깨비길 조성 사업은 여천천 설화를 바탕으로 공업탑 복개천 구간의 경관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이후 야간경관을 개선하고 달깨비길 골목 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상인회 측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인회도 이에 부응하듯 △특색 있고 통일성 있는 상가 간판 교체 △대공원 방문객을 유인할 요인 발굴 △1년에 두 번가량 다리 난간 등불 등 설치로 연말 분위기 조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달깨비길 축제를 통해 일회용 축제보다 소수의 방문객이 꾸준히 유입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밋밋한 여천천 담벼락을 인근 대학 미대생들에게 개방해 캔버스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을 궁리하고 있다.

달깨비길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회식문화가 바뀌며 공단 직원들이 회식 장소를 변경하거나 줄인 게 상권 쇠퇴의 결정적 요인”이라며 “밤만 되면 어두침침해지는 거리를 사람들이 꾸준히 유입될 수 있게 꾸며야 한다. 특히 내년부터 길만 건너면 있는 대공원 방문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포토존 등 다양한 방안들을 시도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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