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의 20곳 남짓한 ‘백년가게’ 가운데 처음으로 미용업종에서 이름을 올린 곳이 있다. 울산 중구 학성동에 자리한 ‘김영숙 헤어스쿨’은 미용경력 40년의 김영숙 원장이 풍파 속에서도 오랜 업력을 살려 꾸려오고 있다.
미용실에 들어서면 김 원장이 직접 만든 수십 가지의 보조머리와 손때 묻은 미용도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별히 단골이 많은 김 원장의 미용실은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10년 이상 찾는 손님들이 대부분이고, 40년 넘은 이들도 여럿이다. 경기침체로 어려운 미용업계의 현실 속에서도 김 원장은 꾸준히 미용실을 운영해 지난 2020년 미용실로는 전국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에 선정됐다.
김 원장은 공직에서 일하다 결혼하며 일을 그만두고 미용을 배우게 됐다. 개업 초기에는 미용실 규모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밤낮없이 일했다. 그러다 얼마 되지 않아 김 원장은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단골 중심으로 미용실을 꾸려가기로 마음먹었다.
김 원장은 “미용업계의 특성상 한 명이 시술할 수 있는 손님 수는 정해져 있는데, 무작정 규모를 늘리는 것은 손님에게도 미용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찾아준 손님이 가게 문을 나설 때까지 진심으로 응대하다 보니 운영을 더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미용업계 오랜 선배로서 후배 미용사들에게 조언도 했다. 단기적으로는 큰 가게, 많은 직원, 높은 수익이 높을 수 있으나 무리해서 손님을 받아야 할 만큼 가게를 키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미용 업계의 확장세에 힘입어,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익혀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원장은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미용실 개업·확장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동네 소규모 미용실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미용협회 차원에서 후배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목소리를 내거나 컨설팅을 해주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니 꿈을 놓지 않고 끝까지 함께 버텨보자”고 조언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