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골목상권이 사라진다]특화 ‘캔 밀키트’로 제2 부흥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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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골목상권이 사라진다]특화 ‘캔 밀키트’로 제2 부흥 노린다
  • 오상민 기자
  • 승인 2024.12.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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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시 북구 염포시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장점이 있는 곳이지만 대형마트와 온라인 유통 채널에 밀려 점점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다른 상권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풍경 역시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수십 년간 지역 경제의 중심이었던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와 온라인 유통 채널의 거센 도전에 휘청이고 있다. 특히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점점 더 디지털 공간으로 향하고 있다.

울산 북구 염포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한때 활기차게 울려 퍼졌던 시장 상인들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대형마트의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주차 시설, 온라인 쇼핑의 간편함은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이에 각 시장들은 이런 위협을 견디고 보존하기 위해 각각의 생존 전략을 세우고 있다. 염포시장의 ‘캔 밀키트’가 대표적인 예시다.

‘소금이 많이 나는 항구’라는 뜻을 가진 염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조선 시대에는 삼포 개항지 중 하나로 선정돼 일본과의 교역 창구 역할을 담당하며 지역 경제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산업화 시대를 지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현대자동차 공장 지대 속 주민들은 새로운 아파트나, 또 다른 주거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인구 이탈이 가속화됐다. 현재는 인구가 9816명으로 북구 행정동 중 가장 적은 인구를 기록하는 마을 자체가 쇠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염포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염포시장은 37개의 점포에 불과한 작은 시장이고, 절반 이상이 식당가로 만들어져 있어 단순 상가라는 점이 큰 약점으로 작용한다. 그나마 현대차 직원을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1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북구는 지난 2017년 ‘노사민의 어울림, 소금포 기억 되살리기’라는 주제로 국비 등 총 사업비 100억원을 들여 염포·양정동 일대에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했다.

당시 ‘신전시장’을 ‘염포시장’으로 개명하고 시장 내 간판 등 노후 시설을 보수해 청결한 환경을 조성해 방문객들이 쾌적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도시재생 사업의 핵심 시설인 소금포역사관을 총 사업비 29억원을 투입해 사랑방 역할로 건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도시재생 사업에도 염포시장은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북구는 이에 올해 1억6500만원, 내년 2억원을 들여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 사업 ‘디지털 특성화시장 육성’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염포사랑협동조합을 구성해 상인 전체가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상인과 주민은 매월 2회 소금포역사관을 중심으로 모여 소통의날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도 상인이 될 수 있고, 상인도 주민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누구든지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 자유로운 상가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또 식당가가 대부분이라는 약점을 해소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에 ‘화요장터’를 열고 과일, 채소 등 1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반찬 가게 등을 주축으로 들깨미역국, 불고기, 한우곱창전골, 소스류 등 캠핑족과 1인족을 겨냥한 ‘캔 밀키트’ 브랜드를 출시, 이달부터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밀키트를 캔에 담아 판매하는 것은 염포시장이 최초로, 대부분의 상인들도 이를 만들 수 있는 교육을 받고 있다.

황순태 염포시장 디지털특성화 육성사업단장은 “시장이 대형마트나 온라인플랫폼을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염포시장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야 한다”며 “‘캔 밀키트’하면 염포시장을 떠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번 육성사업은 내년이면 종료되지만, 이후로도 상인들이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게 2025년에는 교육이나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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