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3월 신학기부터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이 적용되면서 고등학교 전반에 대변혁이 예고됐다. 학생의 진로와 적성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의 변화이기는 하지만, 대입과 직결되는 성적 처리 자체를 바꾸는 만큼 우수한 인재가 집중된 특목고·자사고에 유리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내신(교과 성적) 5등급제가 적용된다. 내신 등급이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는 것이다.
지금껏 대입에서는 학업성취도 A~E등급과 석차등급 1~9등급이 함께 적힌 성적표를 활용해 왔다. 절대평가인 학업성취도는 시험 점수가 90점 이상이면 모두 A등급을 받을 수 있는 반면에 1등급은 수행평가와 시험 점수를 반영해 상위 4% 안으로만 가능하다.
이런 탓에 내신 성적 경쟁이 치열한 특목고·자사고 학생의 경우 A등급을 받더라도 1등급이 아닌 경우가 상당했다는 게 교육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에 따라 1등급이 상위 누적 4%에서 10%로 늘어났다. 이에 상대평가 부담이 대폭 줄면서 일반고보다 특목고·자사고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2025학년도 울산 현대청운고등학교 최종 경쟁률은 180명 모집에 420명이 지원해 2.33대1로, 전년 2.05대1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계는 올해부터 내신 제도가 완화되면서 특목고·자사고 지원자가 더 몰린 결과라고 본다.
이처럼 5등급제가 안착되면 일반고는 앞으로 입시 경쟁에서 특목고·자사고에 더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학생들이 동일한 석차등급을 받을 시 대학은 변별력을 확보하고자 생활기록부를 더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목고·자사고는 일반고와 비교해 생기부 등 학생부종합전형에 특화돼 있다.
5등급제와 함께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두고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교육청에서 온라인학교를 운영해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며 지역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학교 간 격차는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입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데 도움을 얻기 위해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울산의 한 고교 담임교사는 “학교의 예산이나 인력 여건에 따라 교과 개설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고, 학생의 선택권이 보장됨에 따라 교과를 이수하지 않는 학생이 발생해 학습 지도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