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울주군의 한 꽃가게 대표 이정희씨는 지난 10일 필요한 물량을 공수하기 위해 절화를 직접 재배하는 산지로 이동했다. 그러나 새벽같이 도착한 산지에서 꽃이 부족해 원하는 만큼의 분량을 구매하지 못할 거라는 말을 듣게 됐다.
이씨는 “꽃값을 보고 한번, 물량이 없는 것에 두 번 놀랐다”며 “보통 2월이 돼야 프리지어 등 졸업식 꽃다발에 쓸 꽃들이 나오는데 이른 졸업식이 늘어나며 가뜩이나 부족한 겨울꽃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화훼유통정보 자료에 따르면 울산 지역에 꽃을 납품하는 영남화훼(김해) 공판장을 기준으로 올해 1일부터 12일까지의 경매 수량은 7만7588단으로 지난해(10만907단)에 비해 30%가량 감소했다.
이에 따라 가격도 소폭 상승했다. 올해 같은 기간 내 꽃 한 단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7031원)에 비해 4.3% 올랐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차이가 더 크다. 3일 기준 경매정보 데이터에 따르면 장미(잡1·상품)의 가격은 1만1070원이다. 지난해 8934원에 비해 19.2% 증가한 수준이다. 졸업식 꽃다발에 주로 사용하는 프리지어(상2등)는 지난해 440단에서 30단으로 물량이 급감했다. 이에 가격도 지난해 2277원에서 6900원으로 3배 이상 올랐다.
이런 1월 꽃 물량 부족에는 최근 2~3년 내 증가하기 시작한 이른 졸업식 증가도 영향을 줬다. 보통 2월에 진행되는 졸업식이 앞당겨지며 현재 계획해 둔 물량만으로는 현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지역 소비자들도 이미 사용한 꽃다발을 중고로 구매하거나 비누나 인형 꽃으로 비싼 꽃다발 선물을 대체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학교가 졸업식을 하는 지난 10일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사용한 꽃다발을 구한다는 게시글이 여럿 게시됐다.
이날 한 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상인 A씨는 “겨울이라 가뜩이나 꽃이 잘 안 나오는데 물량이 몰려 싱싱한 꽃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빈자리를 비누꽃과 조화 등으로 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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