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면 현대차와 기아 등 최근 북미지역 수출이 크게 증가한 기업들이 매출 증가세만큼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1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2024년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하고 북미 지역 매출을 별도 공시한 100개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한국 대기업들의 매출이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의 전체 매출도 증가했지만, 북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5.2%에서 28.1%로 2.9%p 상승하며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에 미국 트럼프 정부가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본격적으로 적용하면 자동차, 반도체, IT·전기전자 등 북미 매출이 급격히 증가한 국내 대기업들의 실적에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우선 지난해 3분기 현대차의 북미 매출은 57조3826억원으로 한 해 전(49조509억원)보다 17.0%(8조3317억원) 증가했다. 기아도 2023년 3분기 43조7245억원에서 2024년 같은 기간 48조9473억원으로 12.0%(5조2228억원) 늘었다.
자동차 업종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매출액 증가세는 뚜렷했다. 북미 지역 매출을 별도 공시한 23개 자동차 기업의 2023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14조3563억원에서 2024년 3분기 129조4360억원으로 13.2%(15조797억원) 증가했다.
북미 매출 증가는 같은 기간 자동차 업종의 전체 매출 증가율(4.8%)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지난해 자동차와 함께 IT·전기전자 분야의 북미 매출 증가도 두드러졌다. 이 업종에서 지역별 매출을 공시한 12개 기업의 북미 실적은 2023년 3분기 80조646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14조2517억원으로 42.7%(34조1871억원)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매출 증가율(26.1%)보다 두배 가까이 높았다.
반면 2차전지 업종은 지난해 북미 매출이 감소했다. 2023년 3분기 8조724억원이었던 2차전지 분야는 2024년 3분기 6조2191억원으로 23.0%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도 35조6719억원에서 22조7843억원으로 36.1% 급감했다.
조선·기계·설비, 석유화학, 철강, 유통도 북미 매출이 줄었다. 조선·기계·설비 업종은 7171억원(-7.7%), 석유화학은 7005억원(-7.7%)이 각각 줄었으나, 글로벌 전체 매출액은 각각 4.3%, 4.4% 늘었다.
리더스인덱스 관계자는 “다국적 관세가 붙으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수출이 줄어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에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리는 고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