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대학교가 개강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울산대 인근 상가는 한산하다. 점심시간이 지나도 손님이 없어 썰렁한 가게들이 눈에 띈다. 몇 년 전만 해도 학생들로 붐비던 거리는 이제 ‘임대 문의’ 안내문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지난 7일 찾은 울산대 정문 맞은편 상가 곳곳에는 ‘임대’가 적힌 종이가 유리창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바보사거리 인근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텅 빈 점포 안에는 치워지지 않은 의자와 테이블이 쌓여 있고, 먼지가 쌓인 채 문이 닫힌 가게도 여럿이다. 점심시간 대에 학생들로 붐빌 시간이지만, 식당 몇 곳만 문을 열었을 뿐 거리에는 활기가 없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부동산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울산 지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7.31%로 전분기 대비 변동이 없었다. 같은 기간 중대형 상가는 22.42%를 기록, 매 분기 증가 추세로 대학가 상권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학생들의 씀씀이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고물가 영향이 크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115.82(2020년=100)로 3개월 연속 증가했다. 학생들은 한 끼에 1만원 이상 드는 만큼, 편의점이나 학생식당 등에서의 식사로 대체하는 추세다. 또 배달플랫폼 등을 이용한 소비 패턴의 변화도 오프라인 상권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다.
울산대 3학년 신모(24)씨는 “자주 바보사거리에 나가는데, 가게들이 끊임없이 바뀐다”며 “주변에서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을 것 같다’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고 말했다.
특히 울산대 앞 상권이 무너지는 또 다른 이유로 학생 수 감소가 꼽힌다. 올해 울산대 신입생(모집 요강 기준)은 2700여명으로 5년 전에 비해 7%, 10년 전에 비해선 10%나 줄어드는 등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존 임차인들도 버티지 못하고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울산대 앞 상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대학가 상권이 위축되고 있다”며 “학생 수 감소뿐만 아니라 소비 패턴의 변화와 높은 임대료 부담이 맞물리면서, 기존 방식으로는 상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울산의 경우 제조업 중심 도시로, 다른 지역보다 창업이나 유입 인구가 적어 상권 회복이 더딜 가능성이 높다”며 “대학과 지역사회가 협력해 상권을 활성화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