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대에 가려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최근 학부모와 학원가에선 ‘4세 고시’·‘7세 고시’란 말이 유행한다.
4세 고시는 ‘세는 나이’로 5세를 대상으로 한 유아 영어학원(영어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한 레벨테스트, 7세 고시는 초등학교 입학 전 유명 초등 수학·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시험을 이르는 말이다. 4·7세 고시는 이후 ‘초등의대반’ ‘영재입시반’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사교육 시장은 서로 꼬리를 물면서 점차 저연령화되는 추세다.
13일 발표된 ‘2024년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는 날로 커지는 영유아 사교육 시장의 실태가 정부에 의해 처음으로 공개됐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교육 당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른바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 등 영유아 학원의 운영 실태와 비용 적정성 단속에 나섰지만, ‘4세 고시’, ‘7세 고시’ 등 영유아 사교육 시장 과열을 식히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온다.
시험 조사 결과, 우리나라 6세 미만 미취학 아동의 1인당 사교육비가 월평균 30만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교육부는 밝혔다.
특히 ‘영어유치원’(영어학원 유치부)으로 불리는 유아 영어학원의 월평균 비용은 154만5000원이었다. 소득 규모별 사교육비 격차는 7배에 육박했다.
정부 주도로 유아 사교육비 현황을 조사해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교육부가 통계청에 의뢰해 조사한 것으로, 조사 대상은 6세 미만 영유아 1만3241명이다.
조사 기간은 지난해 7~9월 3개월이고, 어린이집 특별활동·유치원 특성화 프로그램·EBS 교재비·어학 연수비 등은 조사 항목에서 제외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유아 사교육 참여율은 절반에 가까운 47.6%로 집계됐다. 2세 이하 24.6%, 3세 50.3%, 5세 81.2%로 연령이 높을수록 증가했다. 유형별 사교육 참여율을 보면 기관재원(어린이집·유치원) 유아가 50.3%, 가정양육 유아는 37.7%였다.
주당 참여 시간은 5.6시간이었다. 2세 이하 1.8시간, 3세 5.2시간, 5세 7.8시간으로 참여 시간 역시 연령이 오를수록 늘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2000원이었다.
과목별로 보면 국어·영어·수학을 포함한 일반 과목 및 논술 과목이 34만원이었다. 영어가 41만4000원으로 가장 높아 평균액을 끌어올렸다.
이어 사회·과학 7만9000원, 논술·독서교실·글쓰기·독서토론 7만5000원 순이었다. 예체능 및 기타 과목은 17만2000원이었다.
소득 규모별 사교육 비용과 참여율 격차도 컸다.
월평균 소득이 800만원 이상인 가구는 매달 32만2000원을 지출해 소득 300만원 미만인 가구(4만8000원)의 6.7배에 달했다.
800만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62.4%, 300만원 미만 가구는 29.5%였다.
3시간 이상(반일제) 학원 유형 가운데 영어유치원의 월평균 비용은 154만5000원으로 조사됐다.
놀이학원도 116만7000원에 달했다. 이어 예능학원 78만3000원, 체육학원 76만7000원 순이었다.
교육부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년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전국의 유아 172만1000명의 사교육비 총액은 약 8154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약 3000개 학교 학생 약 7만4000명을 대상으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1000억원(7.7%) 증가했다.
김두수기자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