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찾은 울산 동구 남목동 중심상권 거리는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한산했다. 오랜 시간 운영해 온 상점들도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가게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보다, 배달을 위주로 하는 소규모 점포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970년대 조선업의 성장과 함께 남목도 발전했다. HD현대중공업이 동구에 조선소를 세우면서 근로자들이 대거 유입됐고, 상권이 형성됐다. 학원과 음식점, 생활 편의시설이 늘어나면서 동구에서 가장 활기찬 곳 중 하나가 됐다.
학원들이 밀집해 있어 학생과 학부모들의 왕래가 많았고, 조선업 근로자들이 소비를 이끌며 상업지구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2013년 5만4000여명이던 남목 인구가 올해 2월말 기준 4만5346명으로 1만명(-17%) 가까이 줄어들면서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2016년 조선업 구조조정 이후 인구 유출이 본격화되면서 남목의 상권도 급격히 위축됐다. HD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으로 근로자와 가족들이 동구를 떠났고, 교육 인프라가 감소하면서 학부모들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 기간 상인들도 줄어든 소비층을 감당하지 못하고 하나둘 가게 문을 닫았다.
1972년부터 남목에서 중국집을 운영해 온 ‘한성반점’도 예외는 아니다. 한때 주방장 3명을 포함해 10명이 넘는 직원이 함께 일했지만, 이제는 할머니 한 명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의 발달로 ‘철가방’이 없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남목을 찾는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인근 한 편의점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했다. 학원 거리도 줄줄이 폐업을 이어가면서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나 최근 남목 일반산업단지 개발 소식이 전해지며 상인들 사이에서 다시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국토교통부는 남목 일반산업단지 부지 37만㎡에 대한 개발제한구역(GB) 해제를 결정했다. 현재 시는 환경·교통·재해 영향평가 등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며, 낙동강유역환경청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도 이뤄지고 있다. 시는 올해 안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단 수요조사 결과, 전기차 부품과 수소연료전지 제조업체 등이 입주를 희망했고, 이에 따라 남목의 생활인구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단이 조성되면 공사 기간 동안 플랜트 노동자들이 유입되고, 완공 후에는 기업체 근로자들이 상주하며 새로운 소비층을 형성할 것이라고 상인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은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는 점포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일부 점포는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새로운 입점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거래량에 큰 변동은 없지만, 문의가 늘어난 것은 체감된다”고 귀띔했다.
남목에서 30년째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윤희씨는 “남목은 조선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상권이다. 사람이 줄면 매출도 떨어지고, 상점들도 버티기가 어려워진다”면서 “산단 근로자들이 남목에서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또 기업 근로자들이 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과 생활 인프라도 함께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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