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에 따르면 재판관들은 이날 한 총리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서로 다른 두 가지 논리의 기각 의견, 인용과 각하 의견을 각각 냈다. 기각 의견을 낸 5명 가운데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 등 4인은 한 총리가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거부한 것은 위헌·위법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파면할 잘못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복형 재판관은 기각 의견에 동참하면서도 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를 위헌·위법으로 볼 수 없다는 상반된 논리를 택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와 ‘내란 특검’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은 것은 파면을 정당화할 중대한 잘못이라며 인용 의견을 냈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국회가 한 총리를 탄핵하면서 대통령 기준 의결정족수(200석)가 아닌 국무총리 기준(151석)을 적용한 것이 부적법하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헌재법은 “재판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정한다고 명시돼 있기에 재판관들은 저마다 독립된 의견을 낼 수 있고 다수를 차지한 법정의견과 다른 경우 소수의견을 결정문에 기재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재판관 평의에서 비교적 사소한 쟁점들에 관해선 일종의 교통정리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지나치게 다양하게 엇갈리면 결정의 당사자는 물론 국민으로서도 이해·납득하기 어렵고, ‘헌법 해석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한다’는 헌재 결정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선 헌재가 한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도 가급적 전원일치로 결론 내릴 수 있다고 봤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되면서 전원일치를 지향한 재판관들의 이견 조율이 원인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관들이 이날 한 총리 탄핵 심판에서 저마다의 의견을 선명히 드러내면서 윤 대통령 사건에서 같은 모습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 사건은 지난달 25일 변론 종결 후 평의를 거듭하고 있는데, 한 총리 사건보다 쟁점이 훨씬 많고 국회와 대통령 양쪽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어 재판관들의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은 전원일치로 인용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은 소추를 기각한다는 결론만 공개됐으나 파면 의견을 낸 재판관들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전원일치 결론을 고집하지 않더라도 갈등 완화를 위해 적정한 수준의 조율은 필요하다는 견해 △합의제 기관인 헌재의 특성을 고려해 조정하지 않고 여러 의견이 자연스럽게 결정문에 실리는 게 낫다는 견해가 동시에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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