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8% 줄었고, 백화점도 3.6% 감소했다. 대형마트는 식품(-19.7%), 의류(-23.6%), 생활용품(-22.5%) 등 주요 품목에서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며, 2022년 2월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이 같은 소비 부진은 체감지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48로, 9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준선인 100을 한참 밑도는 수치로, 부정적인 경기 전망이 유통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업태별로도 백화점(50), 편의점(60), 슈퍼마켓(44) 등 대부분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하는 등 정치적 이벤트가 소비심리에 일시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소비자심리지수가 파면 직후 반등한 전례가 있고, 롯데백화점 등 일부 쇼핑 채널에서는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주말 매출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정치 이슈보다 고물가, 고환율, 글로벌 경기 둔화 등 구조적 요인이 소비를 더 강하게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산업수도 울산의 경우, 자동차·정유·석유화학 등 수출 주력 산업의 둔화가 지역 내 소비심리 위축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 여파로 수출 직격타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역 유통업계는 전국 평균보다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매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응답 업체의 51.3%는 내수 소비시장이 2026년 이후에야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고, 올해 하반기 중 회복을 기대한 응답은 17.9%, 상반기 중 회복을 예상한 응답은 2.6%에 그쳤다.
업계는 다양한 할인 행사와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심리 회복을 유도하고 있지만, 지역 기반 자영업체들은 고정비와 인건비 부담에 체감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태에서는 인력 감축, 영업시간 단축 등 긴축 대응에 나서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소비 여건이 바뀌지 않으면 매출 반등은 어렵다”며 “일시적인 이벤트보다 실질소득 회복과 소비 기반 확충이 먼저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