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싸게 챙기는 건강’ 소비자 발길 붙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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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싸게 챙기는 건강’ 소비자 발길 붙들어
  • 오상민 기자
  • 승인 2025.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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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사들이 다이소에 건강식품을 공급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증가한 가운데 제품 분류와 기능성 표시를 둘러싼 혼란도 함께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울산지역 한 다이소 매장의 건강식품 코너.
유통 채널 하나가 바뀌자 영양제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제약사들이 생활밀착형 유통망인 다이소에 진출하면서 소비자들은 ‘싸게 사는 건강’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익숙한 제약사 이름과 낮은 가격은 신뢰를 줬지만, 제품 분류와 기능성 표시를 둘러싼 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

9일 찾은 울산 남구의 한 다이소.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온가족 맞춤 건강식품’이라는 안내판 아래 다양한 제품이 진열돼 있다. 대웅제약, 종근당건강 등 제약사 이름이 큼직하게 박힌 제품들이다.

글루타치온, 비오틴, 밀크씨슬, 루테인. 귀에 익은 성분이지만 가격표는 낯설다. 3000원, 5000원. 온라인에서 같은 성분의 제품이 2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일부 진열대는 이미 비어 있다. 글루타치온 제품은 포장만 남고 매진됐다.

직원은 “일부 제품은 입고될 때마다 금방 나간다”며 “제약사 제품이라 믿고 사는 소비자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제품 상당수가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이 아니다. 대부분 당류가공품이나 일반식품으로 분류돼 있다. 진열대 아래에는 ‘해당 상품은 일반식품입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한 소비자는 “가격이 저렴해서 샀다. 효과는 잘 모르겠지만, 이름 있는 제약사니까 괜찮겠지 않나”라며 “일단 시도해보려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성분명은 건강기능을 직접 언급하진 않지만,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효능을 연상시키는 단어들이다. 진열 방식이나 포장 디자인도 일반 건기식 제품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일반식품은 효능을 광고할 수 없지만, 성분 표기 자체는 제한이 없다. 이 같은 제도적 허점을 타고 ‘기능성처럼 보이는 일반식품’이 저렴한 가격과 브랜드 신뢰를 등에 업고 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셈이다.

약사들은 소비자 혼란을 우려한다. 지역 한 약사는 “약국은 단순 판매가 아닌 건강 상담까지 포함된 공간”이라며 “건강기능식품인지 일반식품인지 구분조차 어려운 지금 상황은 소비자에게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약사회는 다이소 입점에 강하게 반발하며 유통 철회를 요구했고, 일부 제약사는 불매 압박 속에 철수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약사회 행동이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제약사들은 다이소 진출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유통 전략이라고 반박한다. 기존의 약국 중심 유통망에서 벗어나 온라인 커머스, 편의점, 생활형 매장 등으로 접점을 넓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품마다 흡수율과 제형이 다르고, 건기식으로 등록된 제품은 식약처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소비자가 어디서든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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