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전통시장 울고 대형마트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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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 전통시장 울고 대형마트 웃었다
  • 오상민 기자
  • 승인 2025.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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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중구 중앙전통시장이 5월 긴 연휴에도 불구하고 찾는 이들이 없어 시장 내 모습은 한산하다.
▲ 대형마트가 5월 긴 연휴를 맞아 대규모 할인행사에 돌입하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은 울산 한 대형마트.
5월 황금연휴. 누구에겐 혜택의 시간이었지만, 누군가에겐 텅 빈 가게에서 조용히 지나간 시간이었다. 가스 요금 등의 공과금과 외식물가의 전반적인 상승세에 더해 해외로 유출되는 관광객 여파로 소상공인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어린이날 찾은 울산 중구 중앙전통시장. 주말 오후임에도 손님은 없고, 주인은 된장국 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이정자(61)씨는 “황금연휴라 바쁠 줄 알았는데, 시장에선 바람만 돈다”며 “여행 간 사람 절반, 마트 가서 장보고 집에서 밥 먹는 사람 절반, 이래가 시장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며 푸념 섞인 말을 늘어놓았다.

이처럼 연휴 특수를 기대했던 골목상권은 연휴 공백기로 전락했다.

인근 제과점과 분식집, 옷가게들도 한산하기만 했다. 한 의류 매장 점주는 “작년에도 황금연휴 땐 손님이 없었는데 올해도 똑같다”며 “다들 여행가거나 인터넷 쇼핑몰로 돌린다”고 토로했다.

반면 지역 대형마트는 정반대의 풍경을 연출했다.

같은 날 남구 이마트에는 여행용 간편식과 육류, 아이스크림을 사는 가족 단위 손님들로 북적였다. 계산대마다 10여명씩 줄을 서 있었고, 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이마트는 1일부터 6일까지 ‘고래잇 페스타’라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열었고, 홈플러스도 7일까지 ‘MEGA 골든위크’ 행사를 통해 삼겹살, 완구, 주류 등을 특가에 내놓고 있다.

대형마트 한 매장 관계자는 “연휴 시작 전부터 손님이 몰려 주말 매출이 크게 올랐다”며 “캠핑·나들이 준비용 구매가 많았다”고 말했다.

연휴 소비는 시장이 아닌, 마트로 향한 셈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장사는 더 안 되는 자영업자들에겐 이중고가 되고 있다.

실제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울산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6.00(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했다. 완만하지만 소상공인에게 부담스런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도시가스 요금(6.8%), 외식물가(2.8%), 보험료(16.3%) 등 생활 밀접 품목이 인플레이션은 견인하고 있다. 이처럼 가정 내 고정비로 작용하는 공공요금과 외식비 그리고 생필품 중심의 식료품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원재료 및 유틸리티 요금 상승은 소상공인의 원가 압박으로 이어지면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매출은 정체되거나 감소세라는 게 상인들의 체감을 키운다.

울산시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황금연휴는 소비가 특정 대형 유통채널이나 온라인, 외부 여행에 집중되는 경향이 크다”며 “소상공인 입장에선 연휴가 되레 비수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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