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어린이날 찾은 울산 중구 중앙전통시장. 주말 오후임에도 손님은 없고, 주인은 된장국 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이정자(61)씨는 “황금연휴라 바쁠 줄 알았는데, 시장에선 바람만 돈다”며 “여행 간 사람 절반, 마트 가서 장보고 집에서 밥 먹는 사람 절반, 이래가 시장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며 푸념 섞인 말을 늘어놓았다.
이처럼 연휴 특수를 기대했던 골목상권은 연휴 공백기로 전락했다.
인근 제과점과 분식집, 옷가게들도 한산하기만 했다. 한 의류 매장 점주는 “작년에도 황금연휴 땐 손님이 없었는데 올해도 똑같다”며 “다들 여행가거나 인터넷 쇼핑몰로 돌린다”고 토로했다.
반면 지역 대형마트는 정반대의 풍경을 연출했다.
같은 날 남구 이마트에는 여행용 간편식과 육류, 아이스크림을 사는 가족 단위 손님들로 북적였다. 계산대마다 10여명씩 줄을 서 있었고, 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이마트는 1일부터 6일까지 ‘고래잇 페스타’라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열었고, 홈플러스도 7일까지 ‘MEGA 골든위크’ 행사를 통해 삼겹살, 완구, 주류 등을 특가에 내놓고 있다.
대형마트 한 매장 관계자는 “연휴 시작 전부터 손님이 몰려 주말 매출이 크게 올랐다”며 “캠핑·나들이 준비용 구매가 많았다”고 말했다.
연휴 소비는 시장이 아닌, 마트로 향한 셈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장사는 더 안 되는 자영업자들에겐 이중고가 되고 있다.
실제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울산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6.00(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했다. 완만하지만 소상공인에게 부담스런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도시가스 요금(6.8%), 외식물가(2.8%), 보험료(16.3%) 등 생활 밀접 품목이 인플레이션은 견인하고 있다. 이처럼 가정 내 고정비로 작용하는 공공요금과 외식비 그리고 생필품 중심의 식료품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원재료 및 유틸리티 요금 상승은 소상공인의 원가 압박으로 이어지면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매출은 정체되거나 감소세라는 게 상인들의 체감을 키운다.
울산시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황금연휴는 소비가 특정 대형 유통채널이나 온라인, 외부 여행에 집중되는 경향이 크다”며 “소상공인 입장에선 연휴가 되레 비수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