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심 해킹 사태가 발생한 지 19일 만인 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공식 사과에 나서 “이번 해킹 사고로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불안과 불편을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보안 문제를 넘어 국방이라고 생각해야 할 상황이며, 생명의 문제라고 여기고 해결에 임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룹 총수가 직접 머리 숙인 것은 SKT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점을 방증하는 동시에 악화된 여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룹 차원의 후속 조치도 예고됐다. SK그룹은 외부 전문가 중심의 ‘정보보호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전 계열사의 보안 체계를 재점검하고, 근본적인 보안 시스템 혁신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고객 이탈은 이미 가시화됐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해킹 사고 발생 이후 SK텔레콤을 이탈한 가입자는 4월27일부터 5월3일까지 일주일간 20만1976명에 달했다. 특히 4월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9만여명이 SK텔레콤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SKT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자는 2000만명을 넘어섰고, 유심 교체 완료 건수는 95만 건을 돌파했지만, 신규 가입은 중단된 상태다.
알뜰폰 업계는 이러한 SKT발 위기를 고객 유치의 기회로 삼고 있다.
아이즈모바일은 SKT 망에서 통화 100분, 문자 50건, 데이터 5GB를 평생 1900원에 제공하는 초저가 요금제를 내놓았고, 모나, 모빙, 프리티, 티플러스 등도 1Mbps·3Mbps 속도 무제한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일부 요금제는 CGV 영화관람권이나 올리브영 상품권, 네이버페이 페이백 등 부가 혜택까지 더해 실질 체감가를 낮췄다.
다만 알뜰폰 특가 요금제 대부분은 예고 없이 종료될 수 있고, 유심비 별도 부과나 월 혜택 적용 시점 등도 상이해 가입 전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오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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