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찾은 울산 남구의 한 꽃집. 어버이날을 하루 앞두고 있지만 매장은 한산했다. 12년째 꽃집을 운영해온 이모씨는 텅 빈 진열대를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매년 이맘때면 아르바이트생을 붙여 밤샘 포장을 했지만 올해는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주문 접수 전화조차 받지 못했다.
이씨는 “카네이션 찾는 사람이 없다”며 “몇 송이라도 사가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용돈이나 실용적인 선물이 대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울산 지역 꽃집들은 올해 어버이날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감사의 상징’이었던 카네이션은 이제 선택지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 실속형 소비를 선호하는 흐름 속에서 꽃 소비는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어버이날을 앞둔 지난 4월28일부터 5월3일까지 전국 절화(자른 꽃) 중 카네이션 거래량은 3만8183속(1속=20송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화는 4만1518속이 거래돼 카네이션보다 3000속 이상 많았다. 장미, 거베라에 이어 4위다. 어버이날 주간 판매량에서 카네이션이 국화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한 것은 관련 집계 이후 처음이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다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A씨는 “꽃은 예쁘지만 며칠이면 버리게 돼 5만~6만원을 쓰기엔 망설여진다”며 “그 돈으로 건강식품이나 상품권을 드리는 게 실용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 인식 변화는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롯데멤버스 리서치 플랫폼 ‘라임’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버이날 받고 싶은 선물 1위는 용돈이었고(70.8%), 건강식품(22.1%), 여행 상품(24.3%), 의류(25.1%)가 뒤를 이었다. 카네이션은 16.7%에 불과했다.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선물’에서도 용돈이 83.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생산 기반의 약화와 수입산 유입도 매출 감소에 한몫하고 있다.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에 따르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콜롬비아·베트남·중국산 절화 수입이 폭증했다. 콜롬비아산 카네이션은 2015년 128만송이에서 지난해 5300만송이 이상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산도 1800만송이를 넘겼다.
울산은 자체 화훼 생산 기반이 부족해 대부분의 물량을 부산 강서 화훼공판장이나 서울 양재꽃시장에서 도매 공급받는다. 물류비와 공급단가까지 더해져, 소매업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크다.
소형 플라워숍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꽃 자체가 시대 흐름에서 밀려나고 있다. 예전엔 5월 한 달 매출이 연 매출의 20%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10%도 채우기 어렵다”며 “형식적이더라도 꽃선물의 가치를 다시 돌아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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