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의 생각의 窓]‘유월’이 가지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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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원의 생각의 窓]‘유월’이 가지는 의미
  • 경상일보
  • 승인 2025.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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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지난해 4월29일, 미국 의사당 내부 ‘의사당의 심장’이라 불리는 ‘로툰다홀’에서는 매우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한국의 6·25 전쟁 참전용사로서 4월 초에 사망한 (故)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 조문 행사를 열었는데,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많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 날 만큼은 대립을 멈추고 정당을 떠나 고인이 된 전쟁 영웅을 추모하는데 두 당의 간부들이 자리를 함께한 것이다. “조국을 위해 싸운 영웅에게는 진영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라는 미 의사당 관계자의 말은, 대통령의 이념에 따라 보훈정책에 차이가 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며칠 있으면 6·25 발발 75주년이 된다. 우리는 역사상 많은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6·25’만큼 나라의 운명이 위태로웠던 적이 있었던가? 미군(179만명)이 주축(92%)이 된 UN연합군의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 날의 대한민국은 없을 것이며 이른바 ‘베이비 부머’ 이후의 세대들은 태어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E.H. Carr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 없는 대화”라고 했다. 현재에는 과거가 녹아있고 미래는 현재를 반영한다.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하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고도 했다. 그런데, 우리의 실상은 과연 어떤가?

2022년, 한국갤럽의 6·25관련 국민인식조사(성인1000명)에서 6·25 발발 연도를 아는 비율은 60%에 불과했으며, 특히 2015년 조사시 전쟁을 일으킨 주체에 대해 87%만 북한이라고 답했다. 더구나 1%는 남한, 6%는 남북한 모두라고 했으며, 어느 지역에서는 4%가 남한이라고 답했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바로 역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국민에게 그날을 상기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6·25 같은 역사는 교육과 홍보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현재 학생들에 대한 교과과정에 6·25에 대한 교육은 거의 형식적으로만 이뤄지고 있고 정부와 자치단체에서 6·25 기념행사를 하는 게 고작이다. 6·25전쟁의 주요 원인을 살펴 보면, 미군의 철수와 소련의 북한에 대한 남침 승인과 지원 약속(중국과 함께), 남한의 정치·경제적 혼란과 군사력의 절대적 열세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전쟁 발발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인명(사망 69만8000명, 부상 107만명, 실종·포로 36만명 등 총 213만7000여명의 사상자 발생; 위키백과)과 시설 피해가 있었는지를 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고 국민들에게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상기시켜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전쟁 중 희생된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에 대한 예우와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그들은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쳤거나 당시의 부상으로 평생을 힘들게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에 대한 지원수준은 그 이후의 국가유공자나 대형 사고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해서 정말 안타까운 실정이다. 전쟁 피해자와 가족의 입장에서 그리고 선진국에서 전쟁영웅에 대해 어떻게 예우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세번째는, 만약의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로마의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고 했다. 물론, 전쟁이 쉽게 일어나지야 않겠지만, 핵을 개발하고 성능을 높이고 있는 북한이 바로 앞에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현실을 우리 국민 모두가 정확히 직시하고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신작 <넥서스>에서 ‘역사는 과거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연구하는 것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이 그대로이고, 무엇이 변하며, 어떻게 변하는지 가르쳐 준다’고 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우리는 전쟁의 역사를 다시 한번 기억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에 직결되는 정책과 국민의식이 어떻게 변화돼 왔으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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