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동구 일원, 상가와 빌라가 밀집한 골목 도로변 배수로는 온통 고무판으로 덮여 있었다. 덮개가 움직이지 않도록 위에 깨진 돌조각이나 벽돌을 올려둔 곳도 있었다. 일부 덮개는 색이 바래 오래된 흔적이 역력했다.
인근 상점 주인은 “비가 오면 괜찮지만, 평소에는 냄새가 올라오고 벌레도 나와서 덮어둔다”며 “매년 여름에는 이렇게 막아두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중구 학성동 새치삼거리 인근 배수로는 상태가 더 나빴다. 배수구 안에는 낙엽과 흙, 비닐 조각 등이 엉켜 있었고 일부 구간은 잡초가 자라 배수로인지 식별조차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도심에 설치된 배수구는 지면 위로 떨어진 빗물과 생활 오수를 빠르게 흘려보내 도로 침수와 우수 역류를 막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호우 시 우수관이 막히거나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면 빗물이 고르게 흘러가지 못해 저지대로 쏠리거나 역류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울산시와 각 구·군은 매년 여름철 집중호우를 대비해 관내 주요 도로와 도로와 저지대, 침수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배수로 정비와 청소를 실시하고 있지만 한계가 뒤따른다.
배수구 위 주차된 차량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많다. 도로 갓길이나 상가 앞 배수로는 차량에 가려 상태 파악이 어렵고 차량을 이동시키지 않으면 아예 청소가 불가능하다.
일부 주민들은 관계기관이 정비한 뒤 다시 덮개를 설치하거나 배수로 안에 쓰레기를 버리기도 해 관리가 반복적으로 무력화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울산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배수 시설은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비가 집중될 때 제 역할을 못하면 침수 피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우수관을 임의로 막거나 덮는 행위는 자칫 인근 주민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장마철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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